어린이 연극이 보여주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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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연극이 보여주는 웃음
  • 박인철 기자
  • 승인 2022.11.10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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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경기어린이연극잔치 참관기(2)- 춘천 중앙초의 "아씨방의 아홉동무

1.

 창궐하던 바이러스가 채 수그러들지 않는 때에 드디어 대면 공연으로 어린이 연극잔치가 열렸네요. 우리는 왜 연극을 기필코 하려는 걸까요? 말하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이길래. 그것도 굳이 마스크를 벗지도 못하는 이 수상한 시절에 눈빛과 몸짓으로라도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이 과연 무엇이길래 간절히 맞이하였던가요?
말하고 싶은 주장이 있고 전하고 싶은 주제와 메시지가 강렬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간절한 주장은 “우리는 만나야 한다.”이고 절절한 주제는 “사랑”이며 하소연하는 메시지는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자.” 인 줄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것은 그런 주장과 주제와 메시지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그런 주장과 주제를 메시지로 담고 있기는 했지만 정작 제가 보고 들은 것은 말하는 방법과 이야기하는 자세들이었습니다. 누구나, 사랑을 말하고 희망과 용기를 전하며 너와 나는 다시 일어서서 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절대로 굴복하지 말자고, 외면하지 말자고, 옆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보라고, 그들이 내민 손을 잡고 함께 가자고 합니다. 우리의 차이는 단지 그것을 말하는 방법과 태도였습니다. 각 작품들이 보여준 방법과 태도를 아래와 같이 찾아보았습니다.

 

 2.

 춘천 중앙초의 <아씨방의 아홉 동무> 는 고소설인 <규중칠우쟁론기>의 전래동화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바느질 솜씨 좋은 아씨의 반짇고리에 담긴 아홉 개의 바느질 도구들이 제각기 자기 역할을 뽐내고 아씨도 자기 재능을 자랑합니다. 그림책에선 모두 여자 캐릭터가 맡았는 데 연극에선 훤칠한 남자 배우도 섞여서 매우 현대적입니다.
 다투듯이 뽐내는 아홉 동무와 아씨는 사실 자기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시하는 것이고 이는 친한 친구들 사이에선 흔한, 웃고 까부는 장난입니다. 절대로 남을 헐뜯거나 조롱하지 않고 함께 웃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자기들이 얼마나 사이좋은 친구들인지, 얼마나 허물없이 정겹게 지내는지를 뽐내는 것입니다. 이를 보는 관객들도 계속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인 웃음을 잘 살려냈기에 배우들은 의젓하며 믿음직해 보여서 금방 친근감이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막이 내린 후에 배우는 관객 어린이와 부둥켜안기도 했습니다.
 <아씨방의 아홉 동무>가 보여준 방법과 태도는 웃음과 정겨움이었습니다. 격의 없는 웃음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평등을 지향하기에, 우열을 바탕으로 풍자를 지향하는 웃음과는 달리, 함께 웃는 웃음입니다. 이 웃음이 더 커지는 순간과 이야기는 길에서 펼쳐지리라 기대되고 그래서 그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신뢰는 시련 속에서 단련되고 정으로 쌓이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바로 그 시련을 맞서는 방법 중 가장 멋진 자세가 바로 웃음이라고, <아홉 동무>가 어깨동무하고 웃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