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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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2.11.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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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이 책은 책 제목에서 말하듯 인디언들의 아나키적 민주주의 정치제도에 관한 내용이다.

인디언의 생활, 의식, 종교 그리고 그들의 문명에 대해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이 어떻게 높은 가치의 민주제도를 운용하였는지를 살피게 된다. 인디언에 관한 여러 자료가 인용된다.

역사상 가장 멋진 종족으로 불리는 인디언들은 이 땅에서 거의 절멸했다. 그들의 멸망사는 미국의 건국사와 같은 말이다. 자연과 생태와 그리고 권력의 지배 없는 정치제도로 민주주의를 이루고 살았던 인디언들은 그들의 높은 의식 탓으로 이 땅에서 스러져 갔다.

철학자 몽테뉴는 말한다

"신앙, 법률, 선의, 관용, 신의, 솔직함에서 우리가 그들만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우리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들은 그 우월함으로 인해 멸망하고 매도되고 배반당했다."

인디언들의 생태 사상은 많이 알려져 있다. 지금 미국의 바탕을 이루는 헌법 속에도 인디언들의 가치와 정신이념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인들이 비록 그들을 지배하고 멸망시켰을지언정 그들의 높은 덕목에 대해서는 미국 내 사회적 가치 속에 인디언들의 정신 숨결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나키'하면 무정부라는 단어와 연계되어 부정적인 의미로 교육받아왔다.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들이 추구했던 정치제도라고 배워온 것이다. 이러한 아나키의 정의는 아주 협의의 일부만을 뜻한다. 인디언의 아나키가 추구하는 인본주의적 높은 이상은 바로 인디언들의 정치지배에서 드러난다. 단순한 무권력, 무지배, 무정부 상태의 아나키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상호존중의 제도하에서는 필연적으로 불필요할 수밖에 없는 정부 권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도 타인을 지배하지 않으며 마을 어른인 족장도 전쟁하거나 참전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상호협의체에서 의논하며 개인의 뜻이 존중되는 가운데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세상의 흐름은 왜 정의와 순리에 따라 흐르지 않는가

인디언들의 생태 사상 또한 이미 널리 알려졌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천되고 있기도 하다. 우주 만물 속에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결국 자연의 일부일 뿐이며 자연과 우주의 섭리 속에서 명멸하는 작은 존재일 따름이다. 그런 인간이 자연의 순환과 섭리를 무시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20세기 들어 널리 전파된 환경운동 덕분에 인간이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과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순응해야 하는 거대한 섭리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디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은 그들이 얼마나 높은 의식과 문명적 가치를 지니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디언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항상 느끼는 소회가 억울하고 분하다는 생각이다. 이 세상의 흐름은 왜 정의와 순리에 따라 흐르지 않고 폭력과 협잡과 야만으로만 진행되는가 하는 생각이다. 신이라는 존재도 결국 인간이 그들의 권력을 위해 만들어낸 가공이라는 것을 인디언들의 사상과 멸망을 보면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아쉬운 점이 있다.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라는 세 가지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그 깊이가 약하다는 것이다. 인디언 멸망에 관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나열한 것도 그렇고 그들의 생태와 아나키적 사상에 관한 좀 더 풍부한 고찰이 없는 것이 아쉽다.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는데 맛이 별로 없다고나 할까? 어쨌든 저자의 인디언에 관한 애정과 그들의 사상에 관한 연구 열정은 대단하다. 인디언의 문명은 비록 공간적으로는 먼 나라 타민족에 관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우리에게 인디언은 남다르다. 그들과 우리는 몽고반점을 가진 몽골리안들이다. 먼 옛날 그들과 우리는 원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박홍규/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