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울물(欒家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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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울물(欒家瀨)
  • 曠坡 先生
  • 승인 2022.10.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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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여울물(欒家瀨)

 

삽삽추우중(颯颯秋雨中)/바람 불고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니

천천석류사(淺淺石溜瀉)/돌 위로 찰찰 여울물이 넘쳐흐르네

도파자상천(跳波自相濺)/물결이 맞부딪쳐 서로 튀어 오르자

백로경부하(白鷺驚復下)/백로가 놀라 날아올랐다 다시 앉네

 

 

*청각과 시각의 절묘한 조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王維)의 시입니다. 그는 만년에 망천장(輞川莊)에 은거하며 시를 읊으며 지냈는데, 그 주변 경치를 ‘망천 이십 수’로 남겼습니다. 이 시는 열세 번째 경치를 읊은 ‘난가뢰(欒家瀨)’인데, 여기서는 임의로 ‘가을 여울물’이란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시는 한 폭의 동양화 같기도 하고, 가을 한때의 풍경을 담은 짧은 동영상을 보는 느낌도 듭니다. ‘삽삽(颯颯)’은 바람 소리를, ‘천천(淺淺)’은 물소리를 나타낸 의성어로, 번역에서는 ‘추적추적’과 ‘찰찰’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1구와 2구의 바람 소리와 물소리의 청각적 이미지와 3구와 4구의 바위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물보라에 퍼뜩 놀라 날아올랐다 다시 앉는 백로의 시각적 이미지가 잘 조화된 시입니다.

시인이 눈으로 본 그대로를 읊은 시인데, 오언절구로 이처럼 간명하게 가을 풍경을 절묘하게 표현해내기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과연 ‘시불(詩佛)’이라고 일컫는 왕유의 절창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