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半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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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半月)
  • 曠坡 先生
  • 승인 2022.10.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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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달(半月)

 

수단곤륜옥(誰斷崑崙玉)/그 누가 곤륜산 옥을 잘라내어

재성직녀소(裁成織女梳)/직녀의 얼레빗을 마름질했을까

견우일거후(牽牛一去後)/견우가 한 번 떠나 가버린 뒤에

수척벽공허(愁擲碧空虛)/시름처럼 푸른 하늘에 떠 있네

 

 

*그리움만 쌓이네

조선 시대의 중종과 명종 연간에 개성에서 활동한 명기 황진이(黃眞伊)의 시입니다. 사랑의 완성이 ‘보름달’이라면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은 늘 ‘반달’입니다.

시인은 푸른 하늘에 뜬 반달을 보고 여인들이 머리를 빗는 옥으로 만든 얼레빗을 연상합니다. 반달처럼 생긴 얼레빗으로 외로운 여인은 임을 생각하며 매일 머리를 곱게 빗습니다. 견우처럼 한 번 떠나간 임은 오지 않고, 허공에 얼레빗을 닮은 반달만 외롭게 떠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시름만 더욱 쌓이게 만듭니다.

이 시에서 ‘얼레빗’은 ‘반달’이고, ‘반달’은 곧 ‘그리움’의 메타포입니다. 임을 그리는 여인의 반쪽 가슴에는 그저 하염없이 그리움만 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