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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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2.10.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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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이 책은 귀농,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픈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비록 시골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귀촌 오디세이에 관한 책이기는 하나 결국 인생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그만큼 삶에 대한 생각이 있다.

도시에서 웹디자인 일을 하던 저자는 어느 날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나 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다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곤 아내와 함께 귀촌을 단행한다. 아무 연고도 없이 그저 전에 한번 가보았더니 마음에 들었다는 전남 구례의 지리산 자락의 마을이다. 저자는 그곳에서도 웹디자인의 일을 한다. 하는 일은 도시와 같지만, 그가 존재하는 공간은 다르다. 아침저녁으로 노을이 보이고 계절에 따라 세상의 풍경이 원색 그대로 들어온다. 보는 것의 색감이 다르면 인생도 달라진다. 자연에 감동하고 삶에 경탄하는 인생이 펼쳐진다.

그는 처음 발 디딘 마을에서 그 흔한 텃세도 별로 받아보지 않을 만큼 친화력이 있다. 그가 귀촌했을 때 첫 번째 계획은 어서 빨리 그곳 마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외지 것'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을 그는 일찍이 터득했다. 그는 마을의 행사에도 열심이다. 마을을 위한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마을신문을 발행하고 인터넷으로 농작물의 판로를 개척하고 마을 사람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발휘된다. 그것은 어떤 목적이나 의도된 계산이 아니라 그의 천성적 체질에서 나온 것이다.

시골 생활하면 많은 사람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료함이다. 시골은 계절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생긴다. 도시에서의 계절은 옷을 바꿔입는 시간에 불과하지만, 시골에서의 계절은 생활의 변혁이 일어난다. 말이 시골이지 도시보다 더 바쁘다. 도시는 스테이블하고 시골은 액티브하다. 이걸 모르는 도시 사람들이 귀촌한 사람들에게 한결같이 하는 질문이 있다. "시골에서 심심하지 않아?". 저자는 귀가 따갑도록 이 질문을 받는다. 이제 시골 사람이 다된 그가 답한다. “심심 해보는 것이 소원이다”

시골의 풋풋함과 순박함이 그대로 투영되는 에피소드들은 개그콘서트의 소재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다. 저자는 유머도 많다. 아니 할머니들의 순박함을 유머로 만들 줄 아는 재치가 있다. 그는 할머니들의 말을 아포리즘이라 표현한다. 할머니의 투박하고 우스운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읍내 가는 차 안에서는 게이코 리의 <I will wait for you>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뒷좌석의 대평댁 할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먼놈의 노래를 디져불 모냥으로 해쌌냐? 살기 오지게 심든 모냥이네.">

귀농·귀촌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낭만적이지만 무겁다. 남들이 가는 세상을 거부하고 자신의 자존과 정체성 그리고 삶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직접 선택한 삶이 어디 가벼울 수 있겠는가? 그가 읽는 책이 그 사람이라는 말처럼 그는 권정생을 좋아하고 오래된 미래를 말한다. 디자인을 공부했다고는 하나 글재주도 뛰어나다. 종자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은 결국 그것은 정치의 문제라고 결론짓는 데서 그의 높은 안목을 보게 된다.

그는 시골에서 정말 멋진 인생을 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의 멋진 말이 그걸 증명한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는 방식이 당신을 말해준다."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권산/북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