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생각하니(靜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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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생각하니(靜思)
  • 曠坡 先生
  • 승인 2022.09.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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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히 생각하니(靜思)

 

매욕이가주근산(每欲移家住近山)/언제든 산과 가까이 집을 옮겨 살고 싶네

차신어세불상관(此身於世不相關)/이몸은 세상일 상관하고 싶지 않아서라네

수영초각무장벽(須營草閣無墻壁)/초가 하나를 짓되 담장은 없애려고 하네

진취천봉입와간(盡取千峰入臥間)/온갖 봉우리 다 들여 눕고 싶기 때문이네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조선 후기의 문신 김백령(金柏齡)의 시입니다. 조선조 정조에서 순조에 이르는 동안 세도정치를 한 안동 김씨 김조순의 손자입니다. 본명은 김병지(金炳地)이고 ‘백령’은 그의 호입니다.

세도정치로 나라 정세가 시끄러운 가운데, 마음을 정제한 선비로서 가질 수 있을 법한 소원이 이 시 속에 담겨 있습니다. 세상일이 시끄러울 때 산속에 초가 하나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옛날이나 요즘 사람들이나 다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담장을 없앤다는 것은 자연과의 소통을 의미합니다. 온갖 산봉우리 안방으로 불러들여 같이 뒹굴기 위해서는 담장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즉 자연 속에서 시인(나) 자신도 그 일부로서 그대로 하나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산과 내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르는, 그런 마음속의 풍경을 이 시는 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