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령
상태바
수크령
  • 박원 작가
  • 승인 2022.09.09 2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초보은의 들풀
길가에 피는 꽃
길가에 피는 꽃

요즘 강가나 산길에 피는 수크령입니다.

벼과에 속하고 수수하다 보니 눈길 끌 게 없지만 억센 잎이 길고 끈질기게 자랍니다. 아시아 지역에 폭넓게 자라는 식물입니다.

중국에 전해오는 고사성어로 결초보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죽어서도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에 위과라는 인물이 아버지가 죽자 나이 어린 첩을 그 시대의 풍습에 따라 순장하지 않고 개가시켜 주었다고 합니다.

이내 나라에 전란이 생기고 위과는 전장에 나갔는데 적에게 쫓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개가시켜준 어린 첩의 죽은 아버지 혼이 나타나 전장에 자라는 풀을 묶어 올가미를 만들었고 추격하는 적들의 말이 걸려 쓰러졌습니다. 이 틈에 그는 역습을 해서 큰 공을 세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풀은 중국 전역의 황무지에 자라는 수크령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당대의 시인 백거이는 이 풀을 바라보고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고 합니다.

아득한 벌판의 풀은
한 세대가 시들었고
들판의 불길은 꺼지지도 않았는데
봄바람은 다시 돋아나게 하는구나.

离离原上草,
一岁一枯荣。
野火烧不尽,
春风吹又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