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을 위한 이솝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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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위한 이솝우화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2.09.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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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이솝(Aesop)은 기원전 약 6세기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모아놓은 《이솝우화》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솝우화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동화가 어린이를 위한 책만이 아니듯이 이솝우화 또한 오히려 어른이 읽어보아야 하는 책이다. 이솝우화에는 그만큼 삶의 지혜와 교훈이 들어있다.

이 책에는 이솝우화의 대표적인 일화 110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재미난 일화나 지혜의 이야기로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이솝우화에 등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 이 이야기가 여기서 나오는구나 하면서 출처를 확인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신영복 교수의 어느 책에서 보았던 ‘나무와 도끼 이야기’도 이솝우화에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영복 교수의 글을 대략 옮겨보면 <세상에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나무들은 공포에 떨었다. 그러자 한 나무가 말하기를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그들의 손잡이가 되어주지 않는 한 그들은 우리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크게 감동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글의 출처가 이솝우화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솝우화의 문장을 옮겨보면 <참나무가 제우스한테 불평했다. “우리는 다른 나무들보다 훨씬 많이 도끼질에 당하고 있습니다.” 제우스가 대답했다. “불행을 만든 건 바로 너희들이다. 만약 너희들이 도낏자루가 되지 않았다면 도끼가 너희를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바람과 태양의 이야기‘도 이솝우화에 나온다. 외투 입은 사람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따가운 햇빛이라는 것을. 또한, 황금알을 낳은 암탉을 보고 황금 욕심에 닭의 배를 갈랐다는 이야기도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 먼 옛날 어떻게 그런 지혜의 말씀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오랫동안 전해지는 고전에는 그래서 시대를 초월하는 힘이 있다. 우화를 전하는 고전으로는 이솝우화 외에도 여러 책이 있다. 서양에는 이솝우화 외에 탈무드, 데카메론 등이 있고 동양의 교훈적인 일화들이 기록된 책으로는 중국에는 사기, 채근담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삼국유사가 있다.

삼국유사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임금님 귀이야기는 통일신라 48대 경문왕의 이야기이다(AD 800년). 이발사는 대나무 숲에서 소리치고 그 후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울리자 왕은 대나무 숲을 베고 그 자리에 산수유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임금님 귀 이야기는 다른 나라에서도 나온다. 당시 동서양의 교류가 있지도 않았을 터인데 이런 이야기들이 동서양을 넘어 고대로부터 전해온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먼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왕 이야기다. 미다스왕은 BC 700년경의 소아시아의 왕이다. 미다스왕은 만지는 것마다 황금이 된다는 황금 손으로 유명하다. 그의 아버지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으로 유명한 고르디우스 왕이다. 미다스왕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바쿠스)에게 소원을 말해 황금의 손을 갖게 되나 곧 후회하고 강물에 손을 씻어 황금 손을 면하게 된다. 그 후 두 번째 실수로 아폴론의 노여움을 사게 되자 화가 난 아폴론이 그의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들었다고 한다. 왕은 아무에게도 절대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으나 이발사는 참지 못하고 땅바닥의 구덩이에 비밀을 털어놓고 구덩이를 메웠다. 그 후 그곳에서 자라난 갈대가 바람이 불어 흔들릴 때마다 "미다스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이 갈대밭에서 들려왔다고 한다. 당나귀 귀 이야기는 티베트에서도 전해온다. 티베트 왕은 몽골에서 갔으므로 이는 어찌 보면 몽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대순으로 보면 미다스왕은 BC 700년 전이고 삼국유사에 나오는 통일신라 경문왕 이야기는 AD 800년경의 이야기다. 두 이야기의 시차는 무려 1,500년에 이른다. 그리스와 신라는 지역적으로도 멀 뿐 아니라 천년이 넘는 시차인데 어떻게 유사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게 되었는지 미스터리다. 당시 우리가 모르는 어떤 교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세 나라의 이야기는 큰 줄기는 같은데 디테일에서는 조금씩 다르다. 미다스왕의 이발사는 갈대밭에서, 경문왕의 이발사는 대나무숲에서, 티베트의 이발사는 쥐구멍에 대고 소리친다. 또한, 소리치는 사람이 이발사이기도 하고 임금님 모자를 만드는 장인이라는 설도 있다.

우화라는 것은 시공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이야기들이다. 우화에는 그만한 지혜와 힘이 있다. 고전에 나오는 우화를 보면 옛사람들의 지혜를 느끼게 된다.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을 갖게 된다. 이솝우화는 그래서 고전이다.

 

성인을 위한 이솝우화/이솝/이선미/원앤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