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를 건너며(夜渡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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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를 건너며(夜渡海)
  • 曠坡 先生
  • 승인 2022.08.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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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바다를 건너며(夜渡海)

 

고우종풍야해청(苦雨終風也解淸)/종일 궂은 비바람 치다 맑게 개니

운산월명수점철(雲散月明誰點綴)/누가 구름 흩어지고 달 밝게 했나

천용해색본징청(天容海色本澄淸)/하늘과 바다는 본래 맑디맑은 것

자유기절관평생(玆游奇絶冠平生)/이 유람의 절경 내 평생 으뜸이네

 

*군더더기 없이 바라본 자연

중국 송나라 때의 시인 소식(蘇軾)의 시입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데, 비바람 치다 그친 뒤 어느덧 구름 걷히고 맑게 갠 하늘에 뜬 달을 보며 그 절경을 읊고 있습니다.

흔히 한시의 작법(作法)이 그렇듯이 1연과 3연은 자연을 읊고, 2연과 4연은 그 자연 속의 인간 심상을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1연과 2연이, 3연과 4연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응답으로 이어집니다.

시작(詩作)의 운행(運行)은 아주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군더더기 없이 바라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묘사하는 것이 사실은 고수의 기법입니다.

소식은 그의 대표작 ‘적벽부(赤壁賦)’를 쓸 때도 눈에 보이는 자연 그대로를 옮겨놓았습니다. 그런데 적벽을 보지 않은 사람도 그 글을 읽은 후 눈을 지그시 감고 있으면, 그 아름다운 장면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이 시 역시 누구나 겪는 일상일 수 있는데, 소식의 손을 거치면 범상치 않은 경지로 변합니다. 역시 고수의 솜씨를 짐작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