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철학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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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철학자는 누구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2.08.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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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이 책은 조금 색다른 철학책이다. 어려운 철학 이야기를 무슨 만담이나 뒷이야기 정도로 풀어낸다는 느낌이 든다. 철학자에 대해서도 그의 철학적 사상은 가볍게 터치하면서 그의 성격이나 사생활, 뭐 이런 신변잡기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재밌다.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뒷얘기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듯이 세상에 알려진 유명한 철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 같은 것들은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읽다 보면 곳곳에 어렵고 난해한 내용이 등장한다. 나는 이런 부분들은 그냥 건성으로 읽고 넘겨버렸다. 뒤에 나오는 철학자들의 사생활이 더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철학자는 대략 20여 명. 독립된 장으로 등장하는 철학자는 피타고라스, 아우구스티누스, 장 자크 루소, 임마누엘 칸트, 파스칼, 카를 마르크스, 쇼펜하우어, 프리드리히 니체, 비트겐슈타인 등이다

책에서 거론되는 철학자들의 얘기를 담아본다. 먼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특정 철학자들에 대한 인식이다. 즉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철학자 이름을 대고 생각나는 것을 적게 한 여론조사내용이다. 특이하고 재미난 것들을 옮겨본다.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

-플라톤: 플라토닉 러브의 창시자,

-소크라테스: 독 당근에서 추출한 독약, 부인은 크산티페

“너 자신을 알라: 그노티 세우아톤(gnothi seuaton)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이며 스토아 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 어머니 모니카의 교화, 알제리 출생, 밀라노 정원에서 신의 은총을 받음

-몽테뉴: 보르도시의 시장, 신장결석,

-스피노자: 포르투갈 출신의 유대인, 생계를 위해 안경알을 갈고 닦는 직업을 함

-루소: 모든 사람에게 화를 냄, 하녀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고 이들을 버림,

-칸트: 식후 산책 등 시계와 같은 생활의 규칙성을 지킴

-헤겔: 마르크스와 다른 방식으로 현대인들의 철학을 풍부하게 만듦

-오귀스트 콩트: 브라질 화폐에 새겨짐

-키에르케고르: 배우 우디 앨런이 사랑하는 철학자

-니체: 미쳐서 죽었다.

-하이데거; 나치 당원증

-사르트르: 사팔뜨기이고 계약 결혼의 창시자. 노벨상을 거절함

-미셸 푸코: 감옥과 목욕탕을 자주 드나들었다. 에이즈로 죽다

저자는 철학을 처음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철학 공부는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당시나 이전의 철학자들이야말로 단순히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초심자들이 배워야 할 사람들이 아니다.

철학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자유로운 인간이 최상의 자아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여가에 전념하는 것이다. 여가란 공부와 독서, 해설, 대화, 논증 그리고 특히 한가로움이다. 가까운 사람은 고슴도치와 같아서 가까이 갈수록 상처를 준다.

저자가 풀어내는 철학자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견유학파(犬儒學派,Cynicism. BC 4세기): 대표철학자는 디오게네스(BC 320)다. 견유학파는 말 그대로 개와 같은 행동을 한다. 털이 덥수룩하고 몸이 더럽다. 사람들이 훤히 보는 곳에서도 먹고 사랑하고 용변을 보았다.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키라고도 했지만, 자신을 욕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오줌을 누기도 했다. 요즘 말로 하면 그야말로 개차반이었다. 저자는 견유학파들을 요즈음의 청소년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견유학파 철학자들의 행동은 가식적인 세상에 대한 섬광같이 번뜩이는 철학의 행동이라고 한다.

-마이모니데스(1135~1204) 철학의 개념: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1871년 영국의 럭비시합 규칙에 차용되었다.

-장 자크 루소(1712~1778): 간질 발작, 교사, 하인, 사기 공범 등의 직업을 거침. 무식한 평민인 여자 테레즈와의 동거로 5명의 아이를 두었으나 여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모두 고아원으로 보냈다. 루소는 테레즈에게 버림받은 후 뇌졸중으로 쓸쓸히 죽었다. 시신은 판테온 신전에 있다.

-칸트(1724~1804); 좁은 가슴, 규칙적인 생활, 오후 4시에 반드시 산책했다. 그런데 그가 이러한 철저한 산책 시간을 지키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루소가 지은 교육학 명저인 <에밀>에 심취했을 때였다. 이로 인해 그의 산책 시간에 맞춰 준비하던 마을 주부들의 식사가 모두 늦어졌음은 물론이다. 1804년 80세에 그는 물에 탄 포도주를 조금 마신 후 “좋아, 이것으로 족하다(Es ist gut)”라는 말을 남기고 운명했다.

-쇼펜하우어(1788~1860): 화를 잘 내고 툭하면 광분하기 잘하는 베를린 대학의 교수. 논쟁에서 독설로 상대를 제압하는 거로 유명하다. 17살 때 아버지가 운하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어머니는 바람기가 많은 여성이었다. 쇼펜하우어 자신은 독신으로 지내면서 여러 명의 애인을 두었고 나이를 먹을수록 애인들의 나이는 어려졌다. 여성 혐오자인 그는 자기의 사상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아이고, 이제 우리는 겨우 그늘에서 벗어났는데~”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죽었다.

-발자크(1799~1850): 1848년 6월 혁명 당시 무자비한 진압에 대해 당시의 지식인들에게 일갈한다.

“1815년 나폴레옹 백일천하 당시 사람들 처형 때 플로베르는 무엇을 했는가?

나치 점령 때 사르트르와 시몬느 보부아르의 침묵은 무얼 말하는가?“

-마르크스(1818~1883)와 엥겔스(1820~1895): 둘의 우정 관계는 대단하다. 엥겔스는 부르주아 집안 출신이고 마르크스 또한 아버지가 변호사였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난 두 사람이 하층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치가가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마르크스는 하녀와의 사이에 아이를 두게 되었는데 마르크스가 사회적 추문을 두려워하자 엥겔스는 아이를 자기 호적에 올려주었다. 엥겔스는 평생 마르크스의 후원자, 수호천사였으며 두 사람은 언제나 같은 것을 생각하고 같은 방향으로 함께 전진했던 철학의 단짝이었다. 엥겔스는 마르크스와는 달리 평생 노동자들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공산주의의 바이블과도 같은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론」도 실은 마르크스가 남겨놓은 자료들을 엥겔스가 모으고 정리하고 때론 집필도 하면서 출간한 책이다.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 정원사가 되고자 했다. 안구를 적출하여 애꾸눈, 창녀촌 출입으로 매독을 앓았다. 과도한 자위행위로 건강이 나빠졌다. 45세의 나이에 매독으로 건강이 나빠져 죽는다. 여동생은 나치 당원이었다.

-장 바티스트 보툴 (1947년 졸): 남쪽과 북쪽을 대립시켜 생각한 철학자이다.

”북쪽에서는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남쪽에서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사람들은 항상 자기보다 남쪽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한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스웨덴 사람들을, 덴마크는 독일 사람을 프랑스사람은 이탈리아사람을~ 그리고 영국인들은 모든 사람을 경멸한다.

-바그너는 인종차별주의자였으며 볼테르는 노예제를 찬성했고 피카소는 호색한, 아인슈타인은 나쁜 남편이었다.

-20세기의 거침없는 여성: 한나 아렌트, 두 명의 시몬느(시몬느 베이유, 시몬느 보부아르)

저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숫자의 의미에 관해서 설명한다. 3은 결혼, 4는 정의, 7은 행운이라고 한다. 저자는 세상의 일에 무관심한 것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그에 대한 비유로 철학자 루크레티우스(BC 96)의 시를 소개한다.

“바다 위의 거친 물결 위에서

시련을 겪는 사람들을

대지에서 지켜보는 일은 기분이 좋구나

그들의 고통이 우리에겐 오히려 쾌락이니

우리가 그 재난에서 벗어나 있음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옮긴 이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의 저자인 오레스트 생드롬과 프레데릭 파제는 전통적인 철학 문제를 연구하는 철학 교수라기보다 정신분석학에 조예가 깊고 철학의 대중화에 관심을 쏟는 철학적 저술가라고 보아야 한다. 많고 많은 철학자 중에 나의 성향이나 논리에 맞는 철학자를 고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을 우리에게 해결해준다는 면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철학자들의 인간적인 삶을 통해 어느 철학자에게 끌리거나 철학적 사고가 형성되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맞는 철학자를 찾게 된 것이고 지혜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후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만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내게 맞는 철학자는 누구/오레스트 생드롬, 프레데릭 파제/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