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薔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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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薔薇)
  • 曠坡 先生
  • 승인 2022.08.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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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薔薇)

 

농염황황녹암간(穠艶煌煌綠暗間)/초록 그늘 사이 농염하고 아름답다

교장금분미교안(巧粧金紛媚嬌顔)/금분으로 화장을 한 아리따운 얼굴

막인대자위화루(莫因帶刺爲花累)/가시가 돋은 것이 꽃의 흠은 아니리

의욕방인취차반(意欲防人取次攀)/남들이 꺾지 못하게 막으려는 뜻이니

 

 

 

*아름다운 여인의 도도함

고려 중기의 대표적인 문인 이규보의 시입니다. 이규보는 주필(走筆)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즉, 운을 대면 달리듯이 빨리 글을 짓는데 명수였다는 것입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인 조조의 아들 조식(曹植)이 일곱 걸음을 걸을 동안 시를 지었다고 해서 ‘칠보시(七步詩)’로 유명했던 것처럼, 고려의 천재 시인 이규보는 자주 동료 문인들과 누가 빨리 시를 짓는지 내기를 잘하였다고 합니다.

장미는 주로 6월에서 9월까지 피는 꽃입니다. 대표적인 여름꽃으로 정원이나 담장을 수놓는 귀족 같은 자태를 자랑합니다.

이규보는 이 장미꽃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의인화하여 시를 지었습니다. 장미의 가시는 감히 두려워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여인의 도도한 기품을 나타냅니다.

아마 ‘장미’라는 이 시도 이규보의 장기인 ‘주필’의 소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쉬우면서 정곡을 콕 찌르는 묘미가 과연 그의 천재성을 느끼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