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는 사람에게 오는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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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푸는 사람에게 오는 복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2.07.29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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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전래 동화

 

어느 고을에 욕심 많은 부자 영감이 살고 있었습니다. 부자이긴 하나 슬하에 자식 하나 없고, 할망구마저 먼저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은 그래서 공평한 모양입니다. 부자는 재산이 많으나 자식 복이 없고, 가난한 사람은 자식들이 많은 데 늘 대식구를 먹여 살릴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것입니다.

“에이, 자식 복은커녕 마누라 복도 없구나. 이제 나 혼자이니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고, 금수강산 구경이나 실컷 다니며 살다 죽어야겠다.”

할망구가 세상을 떠났을 때, 부자 영감은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부자 영감은 몸에 좋다는 인삼, 녹용에 사슴피까지 비싼 돈을 주고 사다 먹었습니다.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기력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자 영감은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자신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부자 영감은 먼저 점쟁이에게 자신의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습니다.

“나는 돈복은 많은데 자식 복도, 마누라 복도 없다오. 거기에다 요즘 기력조차 떨어지니 장수 복도 없는 모양이오. 점괘가 어찌 나오지는 좀 봐주시오. 잘만 봐주면 복채는 두둑하게 주겠소.”

점쟁이는 빙그레 웃으며 말하였습니다.

“영감님, 점이란 잘 봐주고 못 봐 주고가 없습니다. 그저 나오는 대로 보는 것이니 영감님이 복채를 두둑하게 낸다고 점괘가 잘 나올 리 없지요.”

“허허, 딴은 그렇겠군! 그래도 제대로 나온 점괘를 알고 싶소. 내가 얼마나 오래 살 것 같소?”

부자 영감은 점쟁이 앞으로 바짝 무릎을 당겨 앉으며 물었습니다.

점쟁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산통을 흔들어 보았습니다. 그는 산통을 한참 흔들다 탁 펼쳐 보더니, 그저 입맛만 쩍쩍 다셨습니다.

“아니, 왜 그러시오?”

부자 영감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점쟁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점쟁이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산통을 흔들었습니다.

“왜 입맛만 다시는 거요? 점괘가 어떻게 나왔기에 그러시오?”

점쟁이는 말없이 다시 산통을 흔들었습니다. 그러기를 여러 번 거듭하였습니다.

“허헛, 참!”

그러면서 점쟁이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답답하구려. 어디가 안 좋은지 속 시원하게 말씀이나 해보시오.”

부자 영감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점쟁이는 부자 영감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어서 얘기해 주시오. 내가 과연 얼마나 더 오래 살 것 같소?”

“앞으로 명이 1년밖에 안 남았습니다. 영감님이 자식 복이나 여자 복이 없는 것도 재산이 너무 많아, 그 무게가 짐이 되기 때문입니다. 장수 복 역시 재산이 너무 많아 무게가 짓누르기 때문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올시다.”

점쟁이의 말에 부자 영감은 침통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점쟁이가 점괘와는 달리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점괘로는 천수를 살 수 있는 명인데, 혼자서 쓸쓸하게 사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때 부자 영감은 깊이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죽어서 저승까지 재산을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고, 인생이 공수래공수거인 것을 어찌하겠소? 아무튼, 점괘를 속이지 않고 제대로 봐주어 고맙소이다.”

자린고비로 소문난 부자 영감은 약속대로 점쟁이 앞에 복채를 두둑하게 내놓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부자 영감은 그날 이후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부터 돕기 시작하여, 가난하고 불쌍한 고을 사람들에게 남은 재산을 쪼개어 골고루 나누어 주었습니다.

“앞으로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데 재산은 많이 가져 뭘 하겠어?”

부자 영감은 자신이 1년 동안 쓸 재산만 남기고, 집안에서 부리던 종들에게도 골고루 재산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갔는데도 부자 영감은 죽지 않았습니다. 이제 곧 죽겠지, 하고 기다리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다시 1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도 죽지 않고 오히려 기운이 더 펄펄 살아나는 것입니다.

부자 영감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점쟁이를 찾아갔습니다.

“1년 산다던 목숨이 벌써 2년을 살았소. 내 점괘가 맞지 않았던 모양이오.”

그러자 점쟁이는 빙그레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예전보다 몸이 한결 홀가분해져서 기운이 더 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소만.”

“재산을 다른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 몸이 홀가분해진 것입니다. 전에는 재산이 짐이 되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복이 달아났다가, 이제 무게가 가벼워지니 다시 복이 돌아온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면, 영감님은 아마 천수를 누리실 것입니다.”

점쟁이의 말에 부자 영감은 기분이 썩 좋아졌습니다.

“허헛, 재산을 풀어 명을 얻었구먼! 좋은 가르침을 받았소.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소.”

부자 영감은 그 후 정말로 열심히 일하여 자신이 생활하고 남는 재산을 모두 가난한 이웃들에게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점쟁이의 말처럼 오래오래 천수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 부자에는 돈이 많은 부자와 마음이 부자인 사람 두 종류가 있는데, 그중 어느 하나를 갖기는 쉽지만 두 가지 다 갖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돈도 많고 마음도 부자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