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끊은 창경궁-종묘, 90년만에 다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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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끊은 창경궁-종묘, 90년만에 다시 이었다
  • 변자형 기자
  • 승인 2022.07.2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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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허문 궁궐담장, 북신문 원형복원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위패)를 모신 왕가의 사당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등재(1995.12)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종묘는 당초 창경궁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숲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1932년 일제가 광화문 앞에서 창덕궁 돈화문을 지나 조선총독부의원(서울대학교병원의 전신인 대한의원, 국권을 빼앗긴 뒤 개명) 앞을 통과하는 종묘관통도로(현 율곡로)를 개설했다. 이 과정에서 창경궁과 종묘를 갈라놓고 구름다리(관덕교, 철거 후 잔재는 서울역사박물관 보관)로 연결했다.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이용했던 북신문(北神門)도 이때 사라졌다.

서울시는 일제의 율곡로 개설로 섬처럼 분리돼버린 종묘를 90년 만에 창경궁과 다시 연결했다. 창경궁과 종묘를 단절시켰던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축구장보다 넓은 녹지(약 8,000㎡)를 만들어 끊어졌던 녹지축을 이었다. 일제가 없애버린 창경궁과 종묘 사이 궁궐담장(503m)과 북신문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궁궐담장은 공사 중 발굴된 옛 종묘 담장의 석재와 기초석을 30% 이상 재사용했다.

조선시대엔 없었지만, 복원된 궁궐담장을 따라 돈화문 앞에서 창경궁 내부를 지나 원남동사거리까지 총 340m 길이, 폭 3m로 새로 조성한 궁궐담장길은 노약자‧임산부‧장애인 등 보행약자가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완만하게 설계했으며, 원남동사거리에는 산책로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가설했다.

서울시는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이 완결됨에 따라 인근의 청와대, 서울공예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광화문광장과 녹지공원으로 돌아올 송현동 부지까지, 서울 도심이 역사‧문화‧예술‧녹지가 어우러져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당분간 궁궐담장길에서 종묘와 창경궁으로 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는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현재 문화재청과 협의 중으로, 함양문을 통해 창덕궁과 창경궁을 통행하는 것처럼 진출입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창경궁과 종묘 연결 역사복원 (이미지=서울시)
창경궁과 종묘 연결 역사복원 (이미지=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