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성실형, 남편은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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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성실형, 남편은 한량?
  • 종로마을 N
  • 승인 2022.07.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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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한량으로 불리는 남성들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시기적으로 그 뜻이 조금씩 달랐지만, 혹자는 대체로 조선 시대 선비들은 한량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들이 한량으로 불리는 까닭은 공부하는 거 외에 가정일과 자녀 양육은 아내에게 맡기고, 풍류를 즐기며 지냈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남편, 공격하는 아내

현대에 한량이라고 불리는 사람도 조선 시대 선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술을 즐기며, 자녀와 가정일은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량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필자가 만난 부부를 소개한다. 사업이 부진했을 때 돈 벌어오는 아내를 믿고 한량처럼 된 남편이 있다. 기술을 가진 아내가 돈을 벌어오므로 남편은 가정경제에 대한 부담감이 적었다. 술친구가 늘었고, 그들과 노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사업은 부진한데 거의 매일 술 마시고, 당구 치며 노는 남편을 볼 때 아내는 속에서 불이 났다. 그런 남편에게도 할 말은 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사업 때문에, 또 새로운 사업구상을 위해서 술이 필요했다. 당시 친구, 술, 놀이만으로도 바빠서 자연스레 집안일은 등한시되었다.

한번은 일 때문에 늦을 것이라는 남편 자동차가 동네 술집 앞에 서 있는 걸 발견했다. 그러면 그렇지! 아내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새벽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을 당구장에서 찾아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준 적도 있다. 이러니 남편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남편은 아내가 이렇듯이 자신을 불신하고 늘 감시를 하는 꼴이니 집에 들어가기 싫어진다. 남편의 이야길 들으면 남편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불신의 말을 주고받으며 파멸로 가는 부부관계

아내의 말을 들으면 아내 또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는 자기 혼자 고생하는 것 같아서 억울하고, 남편은 놈팡이처럼 보여서 괴롭다. 그녀는 남편에게 불평하거나 윽박지르거나 눈물을 흘리며 수동공격하는 행동을 한다. 서로 상대를 향한 이해와 측은지심은 없고, 불신으로 점철된 말을 주고받는 일상이 되었다. 그대로 놔두어도 부부관계가 저절로 파멸로 가게 되어있다.

힘든 생활 속에 남편이 지인의 사업을 돕겠다며 지방으로 내려갔다. 주말에 집에 오는 날이면 아내 혼자 힘에 부치는 집안일을 척척 해결해 주길 바라지만 언감생심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알아서 집안일을 처리할 수 있는 감각이 처음부터 발달하지 않았다.

남편은 집에 와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른다. 아내에겐 그런 남편이 이기적으로 보인다. 속이 터지는 아내는 어째야 하는가? 불평할수록 관계가 꼬일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같이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퉁명스러운 응대에 거절감을 느끼는 아내

남편의 장점은 전혀 없는 것일까? 자기가 알아서 집안일을 돕지는 못해도 아내가 요구하면 도와줄 자세를 갖고 있다. 아내를 아끼는 마음이 있고, 자식들을 사랑한다. 그는 마음이 예민하다. 아내가 수동공격을 하면 괴로워서 힘들어한다.

남편이 해결할 문제가 있다. 아내는 남편과 통화할 적마다 퉁명스럽게 받는 남편 전화에 거절감을 느낀다. 이 경험은 아내에게 우울감을 안겨주었다. 부부 대화에서 아내의 마음을 알게 된 남편은 사과하고, 친절한 통화를 약속했다. 일주일 뒤 상담실에서 만난 아내의 얼굴색이 편해 보였다. 이 부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남편이 상당히 친절해졌다는 것이다. 한량이었던 남편이 아내와 살아가는 방법을 이제 터득한 듯이 보인다. 첫걸음 떼기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