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위의 새벽 비(江上曉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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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의 새벽 비(江上曉雨)
  • 曠坡 先生
  • 승인 2022.07.1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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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위의 새벽 비(江上曉雨)

 

강안인귀백로비(江岸人歸白鷺飛)/사람 돌아간 뒤 강둑에 백로 나는데

어옹일모득어귀(漁翁日暮得魚歸)/해가 지고 고기 낚던 어부도 돌아간다

경운박박나성우(輕雲薄薄那成雨)/얇게 뜬 구름 비 올 것 같지 않더니

해기간천우작림(海氣干天偶作霖)/파도가 하늘 높이 치더니 비를 만드네

 

 

*‘가뭄의 단비’ 같은 시

고려 시대 문신 이규보(李奎報)의 시입니다.

1구와 2구는 저녁 풍경을, 3구와 4구는 새벽 풍경을 읊고 있습니다. 비 내리는 풍경이 새벽인 것을 ‘강상효우(江上曉雨)’라는 제목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저절로 여름날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이규보는 운(韻)을 부르면 빠른 시간 안에 시를 지어내는 ‘급작시(急作詩)’에 능했을 정도로 천재적인 시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시의 운은 비(飛), 귀(歸), 림(霖)입니다.

4구의 ‘우작림(偶作霖)’은 ‘뜻하지 않게 비를 만든다’는 뜻인데, 여름날의 변화무쌍한 일기(日氣)를 보여주는 절묘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운으로 띄운 ‘림(霖)’을 넣어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로 묘사한 것입니다.

이 시가 단비처럼 사람들의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