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상태바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2.06.28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산 정약용에 관한 책 2권

 

끊임없는 투쟁과 방어의 역사 권력 싸움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는 끊임없는 왕권과 신권의 싸움이었다.

권력 싸움은 고려말 충신들과 싸움으로 시작하여 사색당파로 이어지고 그 후 일제에 합병되기까지 계속되었다는 게 많은 역사학자의 의견이다.

왕조시대라 하여 우리가 알듯 왕권은 절대권력이며 무소불위가 아니라 끊임없는 투쟁과 방어의 연속이라는 게 조선왕조의 역사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유지해야 할 힘의 우열과 균형은 권력의 필수요건이다. 그 조화가 맞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 바로 쿠데타요 혁명이다. 권력은 그렇게 잡은 자에서 노리는 자 아니면 백성이라는 제삼자에게로 넘어갔던 게 역사의 순환이었다.

이 책도 그런 조선의 권력 싸움에 대한 면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이 눈에 보이듯 생생하다. 저자의 해박한 역사지식과 탁월한 글솜씨가 가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기승전결과 전화위복, 인생무상의 반전을 거듭하는

조선의 권력 암투에는 눈이 어지럽다 못해 환멸이 난다.

정조는 시작부터가 비운의 운명이었다. 아버지는 사도세자요 어머니는 혜경궁 홍씨이다.

왕실역사 어디에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아버지 왕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도세자의 아들로서 정조는 지난한 왕위의 길을 걷게 된다.

사도세자의 죽음이 한낱 개인의 잘잘못이 아니라 그 역시 왕권과 신권의 충돌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볼 때 정조는 즉위 후 집권 기간 내내 자신의 아비를 죽게 한 노론의 무리와 함께 국사를 논해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그 노론의 세력 반대편에 남인들이 있다. 정약용은 남인 쪽 사람으로 분류되며 끊임없이 노론의 공격을 받는다. 타고난 재주와 지혜로 정조의 총애를 받을수록 노론들의 견제는 심해진다.

정약용은 노론의 반대편이었다는 약점 외에도 서학이라는 천주교에 호의적이었다는 것이 또한 노론의 좋은 공격 거리가 되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무릇 진정한 학자라면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학문일수록 더 공부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학구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무리에게는 모든 새로운 학문이라는 것은 그저 배척하고 타도해야 할 대상일 뿐 아니라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자신들의 공격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새로운 것에 대해 배타적이고 오직 당쟁만을 일삼는 관료들

이 책은 조선 시대 정약용이라는 걸출한 실학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폐쇄된 조선 시대에 있어 천주교라는 새로운 종교에 대한 배타적 탄압과 오직 당파논쟁만을 일삼는 조선의 관료들 그리고 궁궐 내의 권력 싸움이 이 책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정약용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조선 시대의 이러한 현상은 일전에 같은 작가의 책인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를 읽을 때와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해준다.

정약용은 정조가 죽은 다음 해인 1801년 결국 유배를 간다. 다산의 나이 40세.

그로부터 17년간의 유배 생활 동안 정약용은 여러 편의 저술과 서한을 남기는데 그의 편지들을 모아 묶은 책이 바로 박석무 선생의 편역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이다. 두 아들과 정약전 형님(자산어보의 저자) 그리고 제자들에게 보낸 서찰에서 다산의 학문과 실학 그리고 인생과 시대를 보는 안목을 느낄 수 있다.

낭중지추-재능있는 사람은 그 재능을 숨길 수 없는가 보다.

권력은 그 재능이 필요하고 재능은 권력에 의해 소모된다. 권력이라는 게 아주 잠깐의 호사이며 오랫동안 덧없고 허망하다는 게 무수한 삶을 통해 증명되는 역사의 교훈이건만 왜 모든 사람은 아직도 권력의 꿈을 인생의 목표로 살아가는지 권력을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미스터리일 따름이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다산초당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정약용-박석무/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