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보내며(送春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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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보내며(送春詞)
  • 曠坡 先生
  • 승인 2022.06.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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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짧아 아쉬운 봄

                   봄을 보내며(送春詞)

 

일일인공로(日日人空老)/나날이 사람은 부질없이 늙어만 가는데

년년춘경귀(年年春更歸)/해마다 봄은 다시 바뀌어 돌아오는구나

상환유존주(相歡有尊酒)/서로가 기뻐하며 술잔을 나눌 수 있으니

불용석화비(不用惜花飛)/꽃잎 떨어진다고 애석해할 필요도 없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왕유(王維)의 시입니다. 9세 때부터 문장을 만들 줄 알았다는 천재적인 시인 왕유, 그는 21세 때 급제하여 진사가 된 이후 40여 년간 비교적 평탄한 관직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서울의 남산에 해당하는 당시 당나라 수도 장안의 종남산에 ‘망천장(輞川莊)’이라는 별장을 짓고 자연을 노래하며 세월의 여유를 낚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이 시에서도 그러한 여유가 느껴집니다. 1구의 ‘일일(日日)’과 2구의 ‘년년(年年)’이 짧은 인생과 영원한 자연을 대비시켜 절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주 쉽고도 짧은 글 속에서 시인의 탈속한 자연관과 인생의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1구와 3구는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2구와 4구는 자연의 순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생은 짧은데 친구와 벗하여 술잔을 기울이니 지금 이 순간이 즐겁고, 자연은 영원하므로 꽃이 진다 한들 내년에 다시 봄이 돌아오니 안타까워할 이유가 없다고 시인은 애써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월의 무상함을 탓할 필요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도 이 시에서는 꽃이 떨어진다는, 속절없이 봄이 간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마음속의 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시인의 절창은 덧없이 흐르는 세월에 대한 어떤 항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