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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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2.06.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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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대화의 창을 여는 것으로서 시작한다. 대화를 통해서 소통이 잘 되면 둘은 서로 연결되는 기분을 맛보게 된다. 물론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런 말을 안 해도 서로 마음이 통할 때도 있지만 그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뇌는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마음을 나눌 때 행복감을 느끼게 되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통하게 되면 더없는 행복감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마음을 나누지 못해서 불행해 하는 사람도 많다.

 

 배우자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어야 하는 배타적으로 중요한 사람

아예 대화의 창을 열지 못하는 사람, 대화의 창을 열었어도 곧 자신의 체면이나 자존심 혹은 열등감 때문에 마음을 깊게 나누지 못하는 사람, 이 사람, 저 사람 주위의 사람들을 관리하고 챙기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인 배우자에게 소홀히 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 결혼하지 않은 한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여성은 어릴 때 엄마가 인형을 많이 사다 주었기 때문에 인형과 노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여성은 인형과 잘 놀았다기보다 인형 달래기에 바빴단다. 방안에 열 개가 넘는 인형들을 펴 놓고, 한 인형과 놀고 나면 다른 인형들이 서운해할 것 같아서 나머지 인형을 달래느라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불안한 부모를 위한 심리수업』에서.)

 

 배우자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사랑과 존중

이 사례가 주는 메시지는 어렸을 때 매우 중요한 한 사람인 엄마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해 준다. 부연 설명하자면,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계속 바뀌었거나 혹은 엄마가 아프거나 바빠서 아기가 엄마의 따듯한 품을 일관되게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겪는 문제이다. 이 설명에 의하면 어릴 때 엄마의 ‘따듯한 품’의 결핍이 컸던 남편의 경우에는 배우자를 다른 사람과 구별하며 존중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 타인과는 오히려 관계를 잘 맺는 편이다. 이런 사람은 부부관계에서 마음이 연결되기가 힘들 수 있다. 왜냐하면, 배우자에게 자기가 받고 싶은 따듯하고, 수용적인 모성적 측면을 요구하는 것이 크고, 배우자가 마땅히 받고 싶어 하는 사랑과 존중은 부담스러워하면서 외면하기 때문이다.

주로 남편이 아내에게 심리적 엄마를 요구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반대로 엄마의 품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아내일 경우, 남편의 잘 발달하지 못한 모성적인 측면에 끊임없이 자신을 돌봐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양측이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기 전에는 마음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

 

 

내 편이 되어줄 때 생기는 건강한 자존감

남편의 일탈 경험을 한 아내 역시 진정한 마음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 남편에 대한 신뢰 문제로 고통받으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편이 자기변명을 내려놓고, 아내의 고통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불신의 문제는 단번에 해결된다. 이처럼 마음을 나눌 때 관계 회복이 일어나는 걸 종종 목격한다.

상대의 말에 최선을 다하여 들어주고, 반응하는 자세는 마음을 나누는데 필수적인 태도이다. 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 사람은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활기차고 신나게 삶을 꾸려갈 수 있다. 자녀를 낳고, 평생 함께 항해하기로 약속한 부부가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자주 삐걱거리며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 것인가? 곧잘 지내던 부부관계가 종종 급속도로 냉랭해지는 경향이 있다면, 마음을 나누는 게 서툴러서인지 또는 어떤 다른 요인 때문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려면 대화의 창을 닫지 말아야

부부간에 “당신의 말을 듣고 보니 당신 마음이 이해돼.”라며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루만지는 것이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마음을 나누고 싶다면, 들을 귀를 가지고 대화의 창을 열어야 한다. 대화가 서투른 사람은 성급하게 대화의 창을 닫아버리곤 한다. 부부가 긴 인생의 항해를 함께 잘 저어가고 싶은가? 인내심을 가지고 수시로 대화하며 마음 나누는 기쁨을 경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