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원망하며(春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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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원망하며(春怨)
  • 曠坡 先生
  • 승인 2022.06.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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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원망하며(春怨)

 

사창일락점황혼(紗窓日落漸黃昏)/사창으로 해는 떨어져 점점 황혼이 물드는데

금옥무인견루흔(金屋無人見淚痕)/금옥에 홀로 있어 눈물 흔적 보아줄 이 없네

적막공정춘욕만(寂寞空庭春欲晩)/고요하고 쓸쓸한 정원에 봄은 저물어 가는데

이화만지불개문(梨花滿地不開門)/배꽃이 땅에 가득 떨어져도 문은 열리지 않네

 

 

*독약 같은 봄날*

중국 당나라 때의 유방평(劉方平)이 지은 시입니다. 그는 일생 동안 벼슬 한 자리 한 적이 없으며, 시만 몇 수가 전할 뿐 숨어살던 시인이었다고 합니다.

봄은 여인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이 시는 홀로 구중궁궐 같은 좋은 집에 들어앉아 꽃이 지는 봄날을 원망하는 여인의 마음을 읊고 있습니다.

홀로 있을 때 가는 봄날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인에게 치명적인 독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늦은 봄 배꽃이 땅에 가득 하얗게 꽃잎을 지우는데, 먼 곳에 간 임은 돌아오지 않으니 여인의 마음은 한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황혼이 지는 봄날에 여인의 시름은 더욱 깊어집니다. 결국 그 시름은 여인의 마음속에서 가는 봄에 대한 원망으로 변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