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매각(問梅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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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매각(問梅閣)
  • 曠坡 先生
  • 승인 2022.05.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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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문매각(問梅閣)

 

문춘하처래(問春何處來)/봄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춘래재하허(春來在何許)/봄은 와서 어디에 있는 걸까?

월타화불언(月墮花不言)/달은 지고 꽃은 말이 없는데

유금자상어(幽禽自相語)/새들 숨어서 밀어를 속삭이네

 

 

*봄의 비밀을 속삭이는 새들

고계(高啓)는 중국의 원말(元末)에서 명초(明初)에 걸쳐 활동한 시인으로, 쑤저우(蘇州) 출신입니다. 그는 자유인으로 강과 호수 등이 많은 고장에서 전원생활을 하다가, 명태조의 공신 배제 정책의 여파로 39세에 억울하게 살해되었습니다.

제목 ‘문매각(問梅閣)’은 누각의 이름입니다. 오언절구인 이 시는 아주 쉽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봄날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1구와 2구는 의문문입니다. 시인은 봄이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에 머물다 어디로 가는지 자연의 불가사의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3구와 4구에 들어 있습니다. 3구에서는 밤이 깊어 달이 지고 꽃들도 잠을 자는지 말이 없는데, 4구에서는 어느새 새벽이 와서 일찍 깨어난 새들이 서로 깃을 부비며 밀어를 속삭입니다.

시인으로서는 새들이 속삭이는 밀어가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하지만, 이미 봄날의 은밀한 비밀을 깨닫습니다. 새벽녘 일찍 깨어난 새들의 속삭임이 이미 그 비밀을 느낌으로 알려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들은 서로 깃털을 비비며 대체 뭐라고 속삭이고 있는 것일까요? 귀로 들으려 하지 말고 마음으로 느끼세요. 그러면 봉오리가 벙글어 꽃이 활짝 피듯이, 그렇게 봄의 비밀이 이심전심의 미소를 보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