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갈등관리 첫 단계, 부드러운 말로 대화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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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갈등관리 첫 단계, 부드러운 말로 대화 시작하기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2.05.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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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부부는 서로 무장 해제하고 편하게 지내는 사이다. 상대에 대한 기대가 크기에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불만을 터뜨리기 쉽다. 불만을 터뜨릴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가 거칠어지기 쉽다. 어떤 각성이나 성찰 없이 지내다 보면 아무 데서나 싸움을 벌일 수 있고, 별것 아닌 일로도 싸울 수 있는 관계가 부부이다.

 

 내 생각을 화살 쏘듯이 말한다면

부부가 갈등관리를 위한 첫 단계는 대화할 때 부드럽게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에 따라 그 이후의 대화 전개 방식이 96%나 결정을 짓게 된다고 하니 부드러운 말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내가 거친 말을 사용하게 되면, 순식간에 상대 역시 방어벽을 치거나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기 쉽다. 갈등 상황이 증폭되는 것이다. 이때 둘 사이의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채, 분노가 끓어오르다가 폭발하게도 된다.

둘 중에 어느 한 사람이라도 불만 상황에 대해 말할 때 상대를 비난하는 대신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를 말하고, 화살을 쏘듯이 말하는 대신 중립적으로 말하게 되면 싸움이 극단으로 가지는 않게 된다. 이때 ‘원하지 않는바’를 말하는 대신 ‘원하는 바’를 말하는 것도 말하기의 요령이다. 확실히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게 되면 방어벽이 해제된다.

 

 

 30대는 유연성도 있지만 한번 싸우면 격해지는 위험성이 있다

상담실에 온 부부들을 대상으로 상대의 말을 잘 듣는 연습과 부드러운 말로 자신의 ‘느낌’과 ‘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훈련을 한다. 이 간략하고도 쉬운 것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뭐일까?

30대의 부부들은 나이 든 사람들보다 마음이 유연한 데 반해서 자신들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게 문제이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만 옆에서 도와주면 금방 자신들의 행동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하소연하길, 평소에 아주 잘 지내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한번 싸우면 심하게 싸우고 끝까지 가게 된다고 한다. 그런 싸움의 횟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나누고 싶은 주제는 다루지 못하고 갈등만 증폭시키는 부부들

그런가 하면 결혼한 지 15년이 넘은 부부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되면 상대에게 바라는 점은 있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 자기가 노력하는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자기가 바라는 점을 이야기할 때도 불평으로 이야기한다. 그중에 한 사람이 성마른 사람이거나 감정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이 있게 되면 상황은 종종 험악해지기 일쑤이다.

이들의 싸움 형태를 보면, 나누고 싶은 내용에 관한 것은 물 건너간 채 어느새 상대에게 어떻게 대접을 받았느냐, 혹은 어떻게 갈등이 폭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긴다.

 

 

 공감이 부족한 배우자

실례를 들어보자. 30대 초반의 아내는 임신 8개월이라서 몸이 무거워 힘들다고 하소연하는데 남편은 아내의 힘듦에 대해 조금도 공감을 하지 않은 채 ‘나도 힘들어’라고 반응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가? 분명히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될 터이고, 그런 자신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다.

만약 아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서운한 나머지 말투가 공격적으로 변하여 남편을 비난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바는 얻지 못한 채 말다툼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마땅히 공감과 위로를 받아야 할 아내는 자신이 임신함으로써 오는 힘듦이 마땅한 것으로 취급받은 것에 대해서 전혀 해결 받지 못한 채 상처만 깊어지게 될 것이다.

 

 

 공감도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부부가 쉽게 싸움으로 치닫는 데에는 물론 거친 말 외에도 다른 이유도 있다. 배우자의 입장은 무시한 채 내 입장만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위의 실례에서 젊은 남편이 공감하지 못한 것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공감적인 훈련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비난과 불평은 거친 말투를 동반하기 마련이고, 아무런 해결책이 안 된다. 둘 사이의 평온함이 갑자기 깨져버리거나 갈등 상황에 곧잘 빠진다면? 먼저 부부 대화에서 나의 말투가 어떠한지 먼저 점검해보길 바란다.

‘부드러운 말하기’는 갈등을 푸는 첫 단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