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松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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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松山)
  • 曠坡 先生
  • 승인 2022.03.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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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산(松山)

 

송산료요수영회(松山繚繞水縈回)/소나무는 산을 둘렀고, 물도 에돌아 흐르는데

다소주문진록태(多少朱門盡綠苔)/몇몇 대갓집 지붕에 녹색 이끼들이 한창이로다

유유동풍취우과(唯有東風吹雨過)/봄바람이 불어오고 빗줄기 뿌리며 지나가더니

성남성북행화개(城南城北杏花開)/이곳저곳 할 것 없이 살구꽃이 활짝 피어나네

 

 

*꽃 피는 봄날

조선 초기의 문신 변중량(卞仲良)의 시입니다.

소나무 숲을 이루며 굽이굽이 도는 산자락을 따라 물 또한 휘돌아 흘러가는데, 산 아래 자리 잡은 마을 몇몇 대갓집의 기와지붕에 녹색 이끼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정경을 눈에 잡히는 그대로 읊고 있습니다. 오래된 기와지붕에 녹색 이끼가 피어난다는 것은 ‘이끼’와도 같은 미물이 사람보다 먼저 봄이 오는 것을 알아채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차례대로 봄바람이 가지 끝의 꽃봉오리에 입김을 불어 넣고, 봄비까지 촉촉이 내려 개화를 재촉합니다. 이미 겨울부터 꽃봉오리는 잎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었고, 따뜻한 기온을 전해주는 봄바람과 갈증을 적셔주는 봄비가 꽃을 피우는 데 있어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북송 때의 대표적인 시인 황산곡의 유명한 시구 ‘수류화개(水流花開)/물이 흐르니 꽃이 피네’를 연상케 하는 멋스러움이, 변중량의 이 시에서도 그대로 전달되어 오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