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春雨)
춘음이성우(春陰易成雨)/봄날 흐린 날씨 비를 내리기 쉬우니
객병불금한(客病不禁寒)/나그네 병든 몸 추위를 금할 수 없네
우여매화별(又與梅花別)/또한 더불어서 매화와 이별하게 되니
무인일의란(無因一倚欄)/까닭도 모르고 그저 난간에 기대어보네
*봄이 오는 길목
중국 남송 시대의 시인 육유(陸游)의 시입니다. 그는 약 50년 동안 1만 수에 가까운 시를 남겨 역대 중국 문사 중 최고의 다작(多作)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행(移行)하는 계절엔 몸이 스산하도록 시리고 춥습니다. 고적한 나그네는 마음마저 외로우니 더욱 추위를 느낄 수밖에 없는 계절입니다.
흐린 봄날 비는 곧 내릴 것 같고, 그 비가 내리면 눈 속에 피었던 매화도 곧 지게 될 것입니다. 시인은 매화와의 이별이 까닭도 알 수 없이 아쉽기만 하여 가만히 난간에 기대어 마음을 달래봅니다.
오는 길목에서, 바람은 살결을 살며시 쓰다듬듯 꽃봉오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옷깃 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그 스산한 느낌이 봄꽃을 벙글어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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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봄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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