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春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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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눈(春雪)
  • 曠坡 先生
  • 승인 2022.03.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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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식

                         봄눈(春雪)

 

춘설만공래(春雪滿空來)/봄눈이 하늘 가득 날리고 있네

촉처사화개(觸處似花開)/눈 닿은 곳마다 마치 꽃이 핀듯

부지원이수(不知園裏樹)/정원 속의 나무 구분할 수 없네

약개시진매(若箇是眞梅)/어느 것이 진짜 매화란 말인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중국 당나라 측천무후 시대 때의 시인 동방규(東方叫)의 시입니다. 그는 중국 4대 미인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한나라 원제 때의 미인 왕소군을 소재로 하여 지은 <소군원(昭君怨)>이란 시로도 유명합니다. 그 시 중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즉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봄눈’이란 시 역시 ‘설중매(雪中梅)’에 대하여 읊은 것으로,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은 꽃샘추위의 정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봄을 시샘하듯 눈이 내려 정원의 나무에 핀 눈꽃이 진짜 매화와 잘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이때 눈과 매화의 대조는 그 희디흰 빛깔을 더욱 강조하면서 ‘설중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매화는 눈 속에 피었을 때 자못 그 기상이 느껴집니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요즈음 날씨를 보며, 문득 동방규의 ‘춘래불사춘’이라는 시구와 함께 ‘봄눈’이란 시를 감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