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 호칭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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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 호칭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2.02.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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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작은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호칭 중 하나는 ‘이모’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을 향해 ‘이모’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모는 원래 나의 엄마의 여동생이거나 언니를 부를 때의 호칭인데 엄마와 전혀 상관없는 밖의 여성을 향해서 이모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모’라는 호칭은 부르는 사람이나 불리는 사람 누구에게도 어떤 큰 혼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친족이 아니면서도 친족처럼 부르는 그 호칭 속에 상대방을 친근하게 이물 없이 대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빠’란 호칭은 연애 때의 기분을 유지하고 싶은 심리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부부 사이의 호칭 가운데 아내가 남편을 향해 ‘오빠’라고 부르는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오빠는 가족과 친척 사이에서 여동생이 손위 남자를 부르는 말이지만, 직장에서 혹은 사귀는 사이일 때도 연상의 남자를 향해서 오빠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오빠’ 호칭이 부부 사이에 사용될 때 식당에서 불리는 ‘이모’와 달리 가족과 외부인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생각이다.

결혼 후에도 ‘오빠’라는 호칭을 계속 사용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너무 익숙해졌거나 새로운 호칭을 부르자니 쑥스럽기 때문일 수 있다. 무엇보다 연애 때의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픈 심리작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그나마 호칭사용의 오류가 용서되지만, 자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빠 호칭의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제대로 부르는 호칭이 듣기에도 좋다

호칭은 새로운 관계에 따라서 변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부부 사이에 서로를 부르는 호칭에는 아름다운 우리말 ‘여보’가 있다. ‘여보’는 순우리말인 ‘여보세요’의 준말이라고 한다. ‘여보’라는 호칭은 가족 안에서 서로에게 부부라는 위치와 자녀에게 부모의 관계를 확실히 해 주고 안정감을 준다. 회사 안에서 계장이 과장으로 승진이 되었는데도 이전의 호칭이 익숙하다고 계속 계장으로 부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결혼하게 되면 거기에 알맞은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경우에 맞다. 제대로 부르는 호칭은 옆에서 듣기에도 좋다. 결혼 한지 7, 8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소리를 옆에서 듣는 건 곤욕스럽다. 자녀들에게도 아빠가 엄마의 오빠가 되다니 얼마나 혼란스러운 호칭인가?

부부 사이에 ‘여보’ 대신 ‘자기’라는 호칭도 있다. 자기는 원래 나 자신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상대를 향해서 ‘자기’라고 부름으로써 정다움을 강조하는 호칭이라고 하겠다. 이 호칭은 늘 사용하기보다는 ‘여보’라는 호칭을 쓰는 사람이 가끔 섞어 쓰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상대에 대한 애칭 정도로 쓰는 호칭인 셈이다.

 

 경계선을 잘 그을 때 집안의 질서도 바르게 세워진다

오빠의 호칭은 부부 둘만 있을 때, 혹은 데이트할 때 얼마든지 사용해도 상관이 없다. 젊은 부부들은 ‘여보’, ‘당신’이라는 새로운 호칭이 쑥스럽더라도 의식적으로 연습하여 부를 필요가 있다.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게 될 때 가정 안에서의 경계선은 무너지게 되고, 자녀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편과 아내가 지녀야 할 책임감 회피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어떤 부부는 평생 자녀 이름을 일컬어 상대를 향하여 ‘00 엄마’, ‘00 아빠’라고 부르며 지내기도 한다. 아기가 생기기 전 연습하여 사용하지 않으면 이처럼 자녀의 엄마, 아버지로만 상대를 인식하며 살게 되기도 한다.

경계선을 잘 그을 때 질서가 세워지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좋겠다. 인간은 피부를 경계선으로 하여서 나와 타인을 구분한다. 호칭 또한 그런 구분을 잘하도록 돕는 기능이 있다. 가정 안에서 부부 사이에 알맞은 호칭을 통한 경계선이 필요하다. 부부 사이에 오빠라는 호칭은 경계선을 잘 긋지 못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