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와 서낭당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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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와 서낭당 나무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2.02.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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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함이 넘쳐나는 가족 동화

 

어느 마을 입구에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느티나무 구멍에는 부엉이가 둥지를 틀고 살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느티나무도 고목이 되어 새롭게 나는 가지보다 죽는 가지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해부터인가 정월 대보름이면 부엉이가 느티나무의 죽은 가지에 앉아 울었습니다.

부엉, 부엉, 부엉!

어쩐지 마을 사람들은 그 소리가 듣기 싫었습니다. 소름 끼치는 소리여서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부엉이가 운 다음 날부터 마을 사람 하나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해 한 해에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마을 사람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부엉이가 울고, 그다음에는 마을 사람 하나가 병들어 앓다 죽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3년 내내 세 사람이 죽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 이웃 마을에 사는 선비가 있었는데, 그는 새들이 울 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안다고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부엉이가 우는 마을 사람들이 선비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참새들이 울타리 위에서 요란스럽게 짹짹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선비를 시험해보기 위해 물었습니다.

“선비님, 저 참새들이 왜 우는 것일까요?”

선비가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배가 고파 우는 것입니다.”

“어떻게 새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 그걸 아시나요?”

마을 사람들은 그래도 선비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허허,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자기 생각만 했지 저 새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 일이 없지요. 그러니 새들의 울음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소. 즉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다 이해가 되는 일이라오,”

선비가 새들의 울음소리를 알아듣는 방법은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였습니다. 즉 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왜 새들이 울고 있는지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마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마을 사람 중 대표자가 한 사람 나서서 선비에게 3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선비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 부엉이는 전부터 그 나무에 살고 있었지요?”

“네, 살긴 살았지만 정월 대보름날 그렇게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를 내진 않았지요.”

“오래전에 울던 부엉이 소리와 3년 전부터 울던 부엉이 소리가 다르게 들리더라 이 말씀이지요?”

선비가 재차 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돌아오는 정월 대보름에는 그 느티나무 밑에서 제사를 지내고, 제사상에 올린 고기를 잘게 썰어 나무 주위에 뿌리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봄과 가을에 두 차례씩 큰 술통으로 가득 막걸리를 가져다 나무 둘레에 뿌리십시오. 그러면 마을의 큰 재앙을 면할 수 있습니다.”

선비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눈만 껌벅거렸습니다. 도무지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제사는 뭐고, 막걸리는 또 왜 뿌리라는 겁니까?”

“허허, 몇 년 전부터 그 느티나무 가지가 죽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부엉이에게는 그 느티나무가 자신의 집인데, 나무가 죽으면 부엉이도 갈 데가 없어지지요. 그래서 그것이 두려워 우는 것입니다. 겨울이라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파 우는 것이기도 하구요.”

마을 사람들은 선비가 하라는 대로 하였습니다. 그러자 정말 그 이후부터는 부엉이 울음소리를 들어도 소름이 끼쳐 밤잠을 못 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부엉이 소리가 오히려 듣기 좋았고, 마을에서도 해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마을 사람들이 이웃 마을의 선비를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어찌해서 마을에서 재앙이 물러간 것인가요?”

“허허, 재앙이 온 일도 없고 물러간 일도 없습니다. 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요. 그때 우연히 해마다 세 사람이 같은 시기에 병을 앓다 죽었을 뿐입니다. 느티나무에게도, 부엉이에게도, 이웃 사람을 대하듯이 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한마을에 살면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사는 사람이 없나 살펴보세요. 그리고 그들에게 베풀어야지요. 느티나무에게 막걸리를 주고, 부엉이에게 제사상에 올린 고기를 주는 것은, 바로 그러한 마음을 갖자는 뜻입니다.”

선비의 말을 들고 나서야 마을 사람들은 모두 깊이 느끼는 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 이후부터 그 마을에서는 해마다 느티나무에 제사를 지내며 서낭당 나무로 받들어 모시게 되었습니다. 서낭당 나무를 모시듯,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도 돌보아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 고정관념에 얽매이는 사람은 자신만 알았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생각하지 못합니다. 하물며 미물들에게조차 생각이 미치기는 더욱 힘듭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미물들을 사랑하다 보면 어느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