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다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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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다룰 수가 없다?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2.01.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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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치료사 예현숙박사

 

 

우리는 감정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감정은 본능이라서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거나 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의지적으로 이런 감정을 가져야겠다, 혹은 저런 감정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어떤 일에 대해서 혹은 어떤 환경에 대해서 화가 나기도 하고, 기쁨을 경험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은 본능적이고, 나의 의지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감정이라는 본능에 사로잡혀 살고 있기도 하다.

 

 

나의 감정은 선택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정신분석학자는 ‘우리는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거의 반사적으로 감정을 느끼지만, 감정은 사고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화를 내는 경우를 보자. 우리는 보통 주변환경과 자기 주위의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는 그 사람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분노는 스스로 결정한 감정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분노 아닌 다른 감정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화날 때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내가 화가 자주 난다면, 어떨 때 주로 화가 나는지 미리 점검해 보고, 그 상황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 화가 진정될 수 있다.

인간은 삶을 통제하고픈 욕구가 강한 존재이다. 그 결과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교통문제나 날씨 등에 대해서조차 분노를 내는 경우도 생긴다. 어떤 일이나 관계가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화를 낸다. 이 또한 통제 욕구의 결과이다. 하지만 화를 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혹시 모를까, 화를 내어서 내 마음대로 해결되는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분노는 문제나 관계를 꼬이게 할 뿐이다. 일단 자신이 먼저 피곤해진다.

 

 

자주 화를 내는 경우는 어떤 때인가?

대개 사람은 통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낸다. 불쑥불쑥 화를 내는 경우는 내 생각대로 풀려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만약 가정이나 회사에서 계속 화를 냄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떤 다른 대안을 생각해 낼 수 있는가? 하지만 나는 문제가 없고, 주변이 나를 화나게 만든다고 생각하면 화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정에서 타인에게 원인을 돌리며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을 보게 되면, 화를 내는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가족원도 우울감에 빠져 있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분노가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분노가 꼭 필요할 때도 있다. 고려할 점은 내가 어떤 일에 자주 화를 내게 된다면 관점을 달리해서 생각해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아무리 화를 내어도 문제가 고쳐지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다섯 살 남아를 키우고 있는 김수미(가명) 씨는 성격이 깔끔한 탓에 아이에게 제재가 많은 편이다. 그녀는 좋은 의도로 제재하는 것이지만 아이는 그 일로 엄마가 싫어지자 부딪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아이는 어느 날부터 엄마에게 심하게 상처 주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러자 엄마도 사랑하는 아이가 가까이 오는 것조차 두려워지고 싫어지는 감정이 생기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엄마가 자녀와 평화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아이

김수미 씨는 심지어 아이가 ‘엄마가 죽으면 좋겠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혹시 정신병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다. 이 상황에서 김수미 씨는 자녀에 대하여 자신의 방식을 그 이상 고집해선 안 된다. 나와 캐릭터가 다른 자녀를 존중하고, 내 뜻대로 아이를 통제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많은 엄마가 고만고만한 어린 자녀들을 양육할 때 뜻대로 안 되면 소리 지르고 화를 내곤 한다. 그렇게 한다고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 전혀 아니건만, 힘든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매번 화를 낸다. 이 상황에서 가장 불편한 사람은 엄마 자신이고, 옆에서 보고 있어야 하는 남편과 어린 자녀들 역시 원인도 모른 채 힘들어한다. 엄마가 화를 내는 건 아이들이 내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편해지고, 모두가 행복하려면 화난 감정으로 이끄는 내 생각을 다른 관점으로 바꿔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