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량과 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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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량과 혜량
  • 이동복 작가
  • 승인 2021.12.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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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TV를 보다가 자막에 ‘넓은 이해와 해량’이라는 문구가 나왔다.

해량(海諒)은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양해함. 주로 편지 따위에서 상대편에게 용서를 구할 때 쓴다’고 국어사전에 풀고 있다. 따라서 자막의 뜻은 대통령의 고충을 너그러이 이해하고 사면할 수밖에 없는 촛불 정신을 위배한 점을 용서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신문기사를 찾아보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해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라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12월 24일 자

혜량(惠諒)은 ‘남이 헤아려 살펴서 이해함을 높여 이르는 말로 주로 편지에 쓴다’고 풀이하고 있다. 사극에서 신하들이 임금에게 ‘굽어살피소서’라고 외치는 말이 혜량에 해당한다고 본다. 혜량으로 썼다면 중언부언한 것이 된다.

청와대 대변인이 혜량과 해량이 뜻이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발표문 원문을 보지 않은 일반인은 물론이거니와 언론조차도 헷갈렸던 모양이다. 해량이든 혜량이든 굳이 어려운 단어를 써야 했을까. 대통령의 메시지는 일반인에게 정확하게 와 닿아야 한다. 그래야 참뜻을 알고 용서든 이해든 할 것이 아닌가.

덧붙이자면 과거 일왕이 ‘통석의 염’이라는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적이 있다. 사과인 듯 아닌 듯 해석이 분분하다.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일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사진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