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원형의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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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원형의 복원
  • 엄소연 박사
  • 승인 2021.12.0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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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기간 1차: 1991~2010, 2차: 2011~2045.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당시 경복궁 향원정 뒤에는 명성 황후((明成皇后, 1851~1895)를 기리는 조그마한 사당이 있었다. 어느 날 흰옷에 띠를 두른 5~6명의 사람이 경건한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궁금해서 물으니 일본인들이라 했다. 자신들의 선조들을 대신한 사죄라고 했다.

그 무렵 경복궁의 다른 편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광화문 바로 뒤에 중앙청(capitol hall)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경복궁의 여러 건물을 떠돌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중앙청은 원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청사였다. 일부 일본 관광객들은 이 건물에 90도 각도로 절을 하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통분했다.

왼쪽-1968년 콘크리트로 복원된 광화문 투시도. 뒤쪽으로 중앙청(옛 조선총독부)의 돔이 보임. 오른쪽-복원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광화문과 중앙청(“동아플래시 100”, 2021.12.3.)
왼쪽-1968년 콘크리트로 복원된 광화문 투시도. 뒤쪽으로 중앙청(옛 조선총독부)의 돔이 보임. 오른쪽-복원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광화문과 중앙청(“동아플래시 100”, 2021.12.3.)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역사 바로 세우기’와 ‘민족정기 세우기’를 목표로 중앙청의 철거가 확정됐다. 반대의견도 없진 않았다. 한국의 역사를 담고 있다거나 건축학적 가치로 보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조선총독부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일제의 침탈과 수탈의 중심체였다. 일부러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바로 앞에 보란 듯이 자리했다.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조선왕조의 심장부인 경복궁을 훼손하고 유린했다. ‘조선물산공진회’ 등의 박람회 개최를 빌미로 경복궁의 주요 전각들을 파괴했으며 여기에서 나온 자재 등의 매각비와 고가의 박람회 입장료 등으로 조선총독부를 세웠다.1) 실로 기가 막힐 일이다.

경복궁 동궁권역 남쪽에서 발굴된 ‘조선물산공진회’ 건물의 기둥 자리 흔적. 인근의 돌기단과 돌무더기는 경복궁 건물 유적들(“한겨례”, 2021.7.9.)
경복궁 동궁권역 남쪽에서 발굴된 ‘조선물산공진회’ 건물의 기둥 자리 흔적. 인근의 돌기단과 돌무더기는 경복궁 건물 유적들(“한겨레”, 2021.7.9.)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가 열릴 당시 출입문으로 쓰인 광화문의 모습. 문 앞에 일장기와 일왕가의 국화 문양 등으로 꾸며진 가설 장식문이 덧대졌음(“한겨례”, 2021.7.9.)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가 열릴 당시 출입문으로 쓰인 광화문의 모습. 문 앞에 일장기와 일왕가의 국화 문양 등으로 꾸며진 가설 장식문이 덧대졌음(“한겨레”, 2021.7.9.)

 

 

 

 

 

 

 

 

 

 

“민족문화의 정수인 문화재를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 보존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라고 천명한 고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8·15광복 50주년을 맞아 중앙청 지붕의 첨탑만 남긴 채 건물의 폭파를 단행했다. 첨탑과 파편 일부는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이전됐는데 일부러 내동댕이친 듯 전시됐고, 관람객이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중앙청 철거 광경(“세계일보”, 2020.7.11.)
중앙청 철거 광경(“세계일보”, 2020.7.11.)

 

독립기념관 서쪽 야외의 조선총독부 부재 전시공원(독립기념관)
독립기념관 서쪽 야외의 조선총독부 부재 전시공원(독립기념관)

 

 

 

 

 

 

 

 

지난 30년간 진행된 경복궁의 복원(restoration)2)은 그 원형(original)의 회복과 정립을 위해 함께 노력한 시간이라 하겠다. 지형의 변화와 현실적 이유 등으로 ‘40% 복원’으로 한정됐지만, 보다 원형에 가까울 24년 뒤의 경복궁을 기대해 본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고궁박물관의 “고궁연화” 특별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최석영, 『한국 근대의 박람회·박물관』, 서경문화사, 2001 참조.

2)1차: 1991~2010, 2차: 2011~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