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영루(山映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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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영루(山映樓)
  • 曠坡 先生
  • 승인 2021.11.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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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산영루(山映樓)

 

월광천수학서공(月光穿樹鶴棲空)/달빛 내리는 숲속 학은 높은 곳에 깃들고

상엽소소사유풍(霜葉蕭蕭乍有風)/서리 맞은 나뭇잎 소소한 바람에 떨어져

허각야심량로습(虛閣夜深凉露濕)/빈 누각 밤은 깊어 찬이슬에 젖고 있는데

옥적성철채운중(玉笛聲撤綵雲中)/옥피리 소리 고운 구름 속으로 사라지네

 

 

*하강과 상승의 운동성

조선 시대의 선조와 인조 연간에 활동하던 문신 임숙영(任叔英)의 시입니다.

가을은 낙하의 계절입니다. 세상 만물이 모두 떨어지는 계절에 산이 비치는 누각에 오르자, 시인은 절로 시상이 떠오릅니다. 달빛이, 나뭇잎이, 찬 이슬이 떨어져 내립니다.

그러나 떨어지는 것이 있으면 솟아오르는 것이 또한 있는 법입니다. 숲속 우뚝 솟은 소나무 가지에 고고한 자태의 학이 있고, 피리 소리가 하늘로 솟아 구름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강과 상승의 운동성이 절묘한 결합을 이루어, 이 시를 더욱 함축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달빛이나 나뭇잎이나 찬 이슬의 하강은 자연의 섭리지만, 학의 고고함이나 피리 소리의 상승은 인위적인 것입니다. 즉 학은 고고한 선비의 정신을 상징하며, 피리 소리는 이상향의 세계를 꿈꾸고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하늘은 점점 높아갑니다. 하강과 상승의 놀라운 상징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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