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도 감동한 소녀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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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도 감동한 소녀의 지혜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1.11.08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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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함이 느껴지는 가족 동화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소녀가 노부모를 모시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손위의 오라버니가 하나 있었으나 가난을 이기지 못해 대처에 가서 돈을 벌어온다고 집을 나간 뒤론 통 소식이 없었습니다.

당시는 나라가 어지러워 도둑이 들끓고 배고픈 양민들도 산적이 되곤 하던 때였습니다. 그 무렵 소녀의 오라버니도 산적이 되었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습니다.

소녀는 바느질하여 노부모를 공양하며 살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두들 칭찬해 마지않았습니다. 자신은 양식이 모자라 죽을 끓여 먹어도 노부모에게는 비록 보리밥일지언정 끼니때마다 정성껏 밥을 지어 상에 올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산적들이 마을에 내려왔습니다. 그들은 마을 초입에 있는 소녀의 집으로 가장 먼저 들이닥쳤습니다.

소녀의 집을 샅샅이 뒤진 산적들은 탈취할 물건을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

“뭐 이런 집이 다 있나? 아무리 가난하기로 양식 한 톨 없으니, 이 집은 대체 뭘 먹고 산단 말인가?”

산적 두목이 소리쳤습니다.

“다른 것은 없고 시원한 물은 드릴 수가 있습니다. 목이 마르시면 물을 떠다 드리지요.”

소녀가 말했습니다.

“어, 그래! 산에서 급히 내려왔더니 마침 목이 마르구나!”

산적 두목은 마루에 걸터앉더니 소녀에게 어서 빨리 물을 대령하라고 일렀습니다.

소녀는 곧 우물로 달려가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바가지에 담아 가지고 산적 두목 앞에 와서 섰습니다.

산적 두목이 막 바가지를 받아들려고 하자 소녀가 다시 빼앗았습니다.

“잠깐만요.”

소녀는 뒤로 돌아서서 마당으로 나와 달빛에 바가지 안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소녀는 다시 바가지를 산적 두목에게 내밀었습니다.

“아니, 왜 그러느냐? 바가지 안에 무엇이라도 들었단 말이냐? 혹시 뒤로 돌아서서 바가지 안에 독약을 넣은 것은 아니냐?”

산적 두목은 소녀를 의심하여 큰 눈을 부라렸습니다.

“아닙니다. 물속에 혹시 나뭇잎이나 지푸라기라도 들어가 있으면 큰일이 아니 옵니까? 그래서 들여다본 것뿐이옵니다.”

“뭐라고? 물속에 뭐가 들었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

산적 두목은 의아한 얼굴로 소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인데, 양식이 없어 밥을 지어드리지 못할지언정 티끌이 들어간 물을 드릴 수는 없지 않겠사옵니까?”

소녀의 말에 산적 두목은 물론 주위에 둘러선 졸개들도 낄낄대고 웃었습니다.

“킥킥, 우리 보고 손님이라고 하네!”

졸개 하나는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시끄럽다, 이놈들아!”

산적 두목이 호통을 쳤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우리 산적들을 보고 손님이라 하느냐?”

“산적도 사람입니다. 사람이 우리 집에 왔으니 손님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몇 년 전에 제 오라버니가 돈을 벌어온다고 집을 떠나고 나서 오늘 처음으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니 귀한 손님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제 오라버니도 산적이 되었다 하니, 이처럼 반가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래전에 떠난 오라버니를 만난 듯합니다.”

소녀의 말에 산적 두목은 문득 집에 두고 온 노부모와 누이동생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너는 참으로 마음씨가 곱구나. 너를 보니 집에 두고 온 내 여동생 생각이 나는구나.”

산적 두목은 바가지의 물을 아주 맛있게 마신 후 다른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오라버니, 잠깐만요.”

소녀가 산적 두목을 불러 세웠습니다.

“나보고 오라버니라고?”

“방금 오라버니께서 저를 보고 여동생이 생각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를 여동생처럼 여겨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무척 슬프답니다.”

소녀의 말에 산적 두목은 뒤를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슬프다니? 무엇이 슬프다는 것이냐?”

“지금 나라에서는 오라버니 같은 산적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답니다. 언젠가는 잡히고 말 거예요. 만약 오라버니가 잡혀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그것이 안타까워 슬프다는 것입니다.”

소녀는 정말 몇 년 전에 집을 떠난 친 오라버니를 대하듯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산적 두목은 소녀의 말에 감동하였습니다.

“오늘은 안 되겠다. 모두들 산채로 돌아가자.”

산적 두목은 졸개들을 이끌고 산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밤 그 마을에서 재물을 빼앗긴 집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 모두 마음씨 고운 소녀의 지혜 덕분이었습니다.

*흔히 사람의 진정한 마음에는 돌도 감동한다고 말합니다. 진심은 진한 감동을 유발하며, 그 감동은 원수의 마음도 움직일 정도로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진실은 착하고 따뜻한 마음속에 둥지를 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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