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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1.11.0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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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오랜만에 감동적인 사진 에세이 한 권을 보았다. 저자는 박노해다. 흑백의 짙은 사진이 분위기를 채워주어 감성과 사색에 젖어 들기 좋았고 시인 특유의 삶에 대한 성찰과 애정이 곳곳에 스며있어 마음 훈훈했다.

이 책은 시인 박노해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라오스, 버마, 인도, 티베트 등 동남아 6개국을 다니면서 그의 카메라로 그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자기 생각을 써 내려간 순도 100%의 사진 수필이다. 혁명가로 시대의 노동운동가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그는 왜 사진기를 들고 길을 떠났을까?

책 서문에서 그는 말한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느 아침 나는 지도를 던져버렸다. 차라리 간절한 내 마음속의 ‘별의 지도’를 더듬어 가기로 했다. 길을 잃어버리자 그 길이 나를 찾아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삶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 그를 길로 내몰았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길을 찾는 게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시인의 천착은 그의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실패란 단 하나. 오직 인생에서 진정한 나를 찾지 못하고 사는 것”이라고.

연두색의 눈부시게 산뜻한 표지 색에 짙은 주황색의 띠지가 주는 강렬함과는 달리 책 속의 사진들은 어둡고 무겁다. 하기야 어느 삶의 모습이 그렇지 않으랴? 흑백의 은은한 사진과 짧은 글들이 번뜩이는 책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나무 열매도 산나물도 아침의 신선한 공기도 눈 부신 태양도 샘물도 아름다운 자연풍경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은 다 공짜다."

“부모란 이렇듯 아이와 한배를 탄 좋은 벗이 되어 그저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고 삶으로 보여주며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사이가 아니겠는가?” 이 대목에선 감동을 넘어 눈물이 났다.

“만족(滿足)이란 발이 흙 속에 가득히 안기는 것이다.”

책 속에는 이외에도 삶에 대해 성찰을 하게 하는 말들이 많다.

“인간은 알 수 없는 먼 곳에서 와서 알 수 없는 먼 길을 찾아 걷다가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길 위에서 죽는 것.”

“아이들아 너는 이 지구별에 놀러 왔단다. 더 많이 갖기 위한 경쟁에 인생을 다 바치기엔 우리 삶은 너무나 짧고 소중한 것이란다. 너는 맘껏 놀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라. 그리고 네 삶을 망치는 모든 것들과 싸워가거라.”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에서 깨달은 그의 말속에 이 세상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세상을 여행하면서 만난 삶에 대한 사색이 사진과 함께 흐른다. 오랜만에 만난 시인의 글에서 인생을 또 보게 된다. 시인의 고민처럼 결국 인생은 나를 찾는 매우 어려운 여행이 아닐까? 우리가 박노해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게도 많다.

다른 길/박노해/느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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