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으로 도둑을 잡다
상태바
장승으로 도둑을 잡다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1.10.22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혜를 주는 이야기 동화

 

어느 한 동자승이 종이 한 뭉치를 사서 걸머지고 가다가 시장 바닥에 잠시 내려놓고 쉬고 있었습니다. 학승들이 많은 절이라, 그 스님들이 공부할 불경을 필사본으로 만들려면 종이가 많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곧 부처님이 오신 날에 쓸 연등을 만들어야 해서, 종이는 절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자승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종이 뭉치가 몽땅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훔쳐가는 자를 보지 못하였다고 하였습니다. 큰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빈 지게를 지고 절에 올라가는 날이면 주지 스님에게서 불벼락이 떨어질 것이 뻔했습니다.

생각다 못한 동자승은 그 고을의 사또를 찾아갔습니다. 마침 새로 부임한 사또인데, 그 밑의 아전들은 오종종한 외모만 보고 상관의 인물 됨됨이를 낮게 평가하였습니다. 그래서 종이를 잃어버린 동자승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아전들은 저희끼리 사또가 과연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나 예의 주시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 어찌해서 그 종이를 잃어버렸단 말이냐? 자세히 말해 보거라.”

사또가 동자승에게 물었습니다.

“예, 종이를 사서 지게에 지고 오다가 너무 무거워 시장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쉬는 사이에 없어졌습니다.”

동자승이 울면서 말하였습니다.

“아니, 바로 옆에 있었으면서 그걸 훔쳐가는 것도 보지 못했단 말이냐?”

“사람이 워낙 많고 장사꾼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치니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사람 구경을 하다가 뒤를 돌아보니 빈 지게만 남아 있었습니다.”

“허면, 그 옆에서도 종이 훔쳐가는 자를 목격한 사람이 없었단 말이냐?”

“예, 그 누구도 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저런! 어리석은지고. 네가 네 물건을 잘 지키지 못해 잃어버린 것이니 누굴 탓하랴. 네 물건을 훔쳐간 놈을 본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한 어찌 그 도둑을 잡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보거라.”

사또는 동자승을 잠시 관아에 남아 쉬게 하였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사또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겠어?”

아전들은 저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신관 사또를 비웃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날 신관 사또가 성문 밖으로 행차할 일이 생겼습니다. 여러 명의 아전을 데리고 행차를 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장승

 

어두워질 무렵 관아로 돌아오는 길에 사또는 길가에 서 있는 장승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였습니다.

“아니, 저놈이 누군데 사또가 행차하는 길을 감히 뻣뻣하게 고개를 반짝 들고 있는 것이냐?”

그러자 옆에 있던 이방이 대답하였습니다.

“사또! 저것은 사람이 아니라 장승이옵니다.”

이방의 말에 다른 아전들이 사또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며 킥킥대고 웃었습니다.

사또는 그 웃음소리에도 시치미를 뚝 떼고 짐짓 언성을 높여 말하였습니다.

“비록 장승이라 할지라도 무엄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로다. 즉시 저 장승을 밧줄로 꽁꽁 묶어 관아로 이송하라.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 내가 친히 저 장승에게 죄를 물으리라. 그러니 너희들은 밤새 저 장승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토록 하라.”

아전들은 사또가 시키는 대로 장승을 묶어 관아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저희들끼리 있을 때 바보 같은 사또에 대하여 마구 비웃었습니다.

“세상에 장승을 가지고 죄인 취급을 하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야? 저 사또 아무래도 머리가 돈 모양이야.”

밤을 새워 장승을 지키라고 하였는데도, 아전들은 사또의 명을 듣지 않았습니다. 누가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장승이 도망갈 리는 없으니 그럴 만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또는 가까이 있는 영리한 하인을 시켜 몰래 장승을 빼돌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두도록 하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아전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장승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이때 신관 사또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어서 장승을 대령시켜라! 내가 친히 장승을 국문하리라.”

아전의 우두머리인 이방은 사색이 된 얼굴로 말하였습니다.

“사또! 간밤에 장승이 사라져 버렸사옵니다.”

“무엇이라고? 장승이 사람처럼 발이라도 달렸단 말이더냐?”

“예, 저도 그것이 알쏭달쏭하기만 하옵니다.”

이방의 말에, 그 뒤에 섰던 아전들 속에서 킥킥하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이놈들! 너희들은 죄를 지은 장승을 도망치게 하였으니 마땅히 그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하리라. 너희들은 모두 죗값으로 종이를 한 뭉치씩 갖다 내게 바쳐라. 알겠느냐? 만약 종이를 바치지 않는 자가 있으면 엄중히 태형으로 다스릴 것이니라.”

이 같은 사또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아전들은 급히 시장에 나가서 종이를 사들이느라 야단법석이었습니다. 종잇값은 금세 두 배로 껑충 뛰어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고을의 종이는 다 바닥이 났습니다.

고을의 모든 종이는 아전들에 의하여 관청의 한 곳에 가득 쌓이게 되었습니다. 사또는 어제 종이를 잃어버렸다는 동자승을 불렀습니다. 동자승은 종이 더미 속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종이 뭉치를 금세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종이를 사서 포장할 때 만약을 몰라 미리 자기만이 아는 표시를 해두었던 것입니다.

“사또님! 정말 감사합니다.”

동자승은 거듭 절을 하며 고마워하였습니다.

“그래, 이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았으니 어서 가지고 가거라. 이후부터는 더욱 주의하여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사또는 이렇게 타일러 동자승을 절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또는 종이를 가지고 온 아전들에게 물어, 동자승의 종이를 판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그 사람은 시장에서 주먹을 잘 쓰기로 소문이 난 왈패 두목이었습니다.

왈패 두목은 나이 어린 동자승이 큰 종이 뭉치를 지고 가는 것을 보고 뒤따르다가, 마침 지게를 내려놓고 쉴 때 슬쩍 훔쳐서 숨겨놓았던 것입니다. 동자승이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모두 보지 못했다고 대답한 것은, 그 왈패 두목의 주먹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편 왈패 두목은 그 이튿날 갑자기 많은 사람이 종이를 사겠다고 하여 하루 사이에 종잇값이 배로 뛰자, 얼른 숨겨두었던 동자승의 종이를 시장에 내놓아 비싼 값을 받고 팔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종이 도둑을 잡은 신관 사또는 왈패 두목에게 큰 벌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종잇값으로 받았던 돈을 되찾아, 그 종이를 샀던 아전에게 주었습니다. 또한, 다른 아전들이 산 종이도 원래 주인에게 같은 값으로 되팔도록 하여 억울하게 손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그다음부터 이방을 포함한 아전들은 신관 사또의 지혜로움에 감동하여 잘 따르게 되었습니다. 사또 또한 그 지혜로움으로 고을을 잘 다스려, 백성들이 모두 그를 믿고 따랐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상의 효과를 거둡니다. 장승 하나로 도둑도 잡고 아전들의 버릇도 고쳐준 신관 사또의 지혜는 사람들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