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독말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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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독말풀
  • 박원 작가
  • 승인 2021.10.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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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악취가 나고 밤에는 향기가나는 독초
털독말풀
털독말풀

꽃은 그 아름다움에 비례하는 독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쁜 여인이 못된 짓을 하면 평범한 여인의 못된 짓보다 훨씬 더 무섭습니다.
보잘것없는 신분이거나 평범한 사람이 선한 일을 하면 더 훌륭해 보입니다.
아름다운 꽃에 독이 있으면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위 꽃은 독을 지닌 털독말풀이라 합니다.
이름에도 독이 많다고 '독 많은 풀' 혹은 '독물(毒物)풀' 이라는 어원을 유추해 볼 수 있는데 털이 많이 나기에 털독말풀이라 합니다. 꽃의 크기도 무척 커서 지름 10cm이상입니다. 천사의 나팔꽃이 있는데 이 꽃은 아래로 매달려 피는데 털독말풀은 하늘을 향해 바로 서서 핍니다. 예쁜 꽃은 보통 만져보고 싶거나 향을 맡아보고 싶지만 이 꽃은 본능적으로 가까이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낮에는 악취가 나는데 밤에는 향기가 납니다. 낮에는 해충들의 접근을 막고 밤에는 나방을 유혹해서 가루받이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청계천 시작 지점 옆 동아일보 이웃 건물 앞에 이 꽃을 화분에 심어 키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원산지는 미국 남서부와 중남미인데 일본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994년 10월 지금의 하늘공원인 난지도 생태조사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벌써 몇 해 전 경북 봉화군 청량산 탐사를 끝내고 산아래 선술집을 앞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무척 고왔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은퇴한 주모가 두 평 정도 화단을 만들어 놓고 이 꽃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주모에게 말이라도 붙여볼 겸 '꽃 이름이 뭐예요?'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주모가 대답했습니다.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해, 꽃은 그저 이쁘면 되지.'
 
꽃은 예쁘기만 하면 된다는 늙은 주모의 말은 큰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듯 섬광처럼 번뜩이는 아찔한 직관을 남겼습니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꽃을 찾아 온 산을 돌아다니고 식물을 공부하는 필자에게 이보다 큰 가르침은 없었습니다. 더는 말을 붙이지 못했고 발걸음을 뗄 수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