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는 게 두려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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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는 게 두려운가요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1.10.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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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치료사 예현숙 박사

 

융 연구원에서 융 공부를 한창 할 때였다. 다른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발달단계를 세밀하게 나누어서 연구한 것과 달리 융은 심플하게 인생을 전반기, 후반기로 나눈 것을 알고서 인상이 깊었더랬다. 너무 간단해서 기억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5세는 제2의 사춘기

융은 인생을 35세를 기점으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눈다. 전반기의 특징은 사회생활이라는 외적인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기간이다. 전반기 때 사람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배우고, 사회에 나와선 무언가 얻고, 성취하려고 애를 쓰는 단계이다. 말하자면 외연의 확대기이다. 그런가 하면 35세 이후는 직업적인 일 말고 평소에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리고 종교에 관심을 기울이며 내면적인 욕구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단계이다.

이렇게 융에 의한 생애 분류는 인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체로 사람들은 35세 이후에 삶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전환기는 자신이 외적으로만 성장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던 전반기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바꾸려고 하는데 이 모습은 진정 ‘자신과 하나’ 되기 위함이다. 이때를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를 만큼 위기의 시기가 되기도 한다. 현재 내가 처해있는 인생의 단계에 맞는 행동을 적절히 하지 못하면 위기가 올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사람들은 35세 이후가 되면서 자신이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세월을 역행하려는 듯이 행동하는 모습들이 빈번하게 나온다. 외모에 신경을 쓰면서 나이보다 몇 살 어려 보이게 하려고 갖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여성들은 옷과 피부관리에 많은 돈을 들이기도 하고, 남성들은 운동을 통해서 젊음을 유지하려고 시간과 비용을 사용하는 경향들을 보인다.

 

 늙는 게 소름 끼치는 일?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면 어느 정도 ‘동안’을 만들 수 있고, 몸매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노력한 결과, 자신의 나이보다 몇 해 젊어 보이는 것은 옆에서 보기에도 좋다. 문제는 자신의 나이보다 지나치게 젊게 보이려는 행동이다. 마음이 젊거나 건강한 신체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들어가는 진실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두려움을 피하려고 회피하는 행동을 언급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늙어간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 명제를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부분 우리는 마치 나이 먹어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일상에서 거부의 몸짓을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한 소설가 시몬 드 보부아르 여사는 쉰 살이 되었을 때 누군가가 “여하튼 시몬 드 보부아르, 그 아줌마도 이젠 노인이야!”라고 말했다는 걸 전해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그녀는 “늙는 게 소름 끼친다.”라고 말했단다. 또 시인 폴 발레리는 “나는 면도할 때가 아니면 거울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고도의 정신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과 별반 틀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소 안도하게 된다.

 

 ‘자연스러움’의 아름다움

그렇다고 나이 들어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법 나이가 지극한 사람이 자신을 젊게 꾸미려고 너무나 어색한 차림을 한 사람을 거리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의 느낌이 어떤가? 자연스럽지 않아서 왠지 보기에 쑥스럽고 민망하지 않은가? 누구나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데 그 자연스러움은 자연에 순응할 때 나온다. 자연스러움은 그래서 ‘자신과 하나’가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지나친 성형수술 역시 진정한 자신이 되는 일에 실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질문하게 된다.

융은 자신의 현재 나이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두고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젊음을 추구하는 건 “품위가 없고 심리학적으로 자연에 반하는 것”으로써 도착적이라고 했다. 그렇다! 도착은 성도착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착은 삶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식이 아니다. 자연스럽고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 싶은 욕구가 또한 우리 안에 있다. 그러므로 나이 들어감을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거나 몸부림치는 대신 즐겁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