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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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1.10.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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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이 책을 읽고 있을 때는 공교롭게도 기온이 평균 36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의 불볕더위였다. ​두꺼운 이 책을 며칠 만에 일사천리로 완독할 수 있었던 배경도 찌는 듯한 날씨 덕에 온종일 도서관 피서를 통해 책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에 집에 가기 위해 도서관 문을 나섰을 때 온몸에 훅하게 느껴지는 불볕더위의 기운은 책의 공포와 직결되어 책의 우려가 지금 바로 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실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몇십 년 만의 더위라고 언론마다 떠들어대던 불볕더위 날씨는 이 책을 효과적으로 체화하는데 아주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비견되는 책이다. '침묵의 봄'이 농약이나 살충제가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이 책은 기후환경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와 어떤 관계를 이루며 그 영향이 얼마나 심대한지를 말하고 있다. 전자가 1차원적이고 평면적인 경고를 우리에게 주었다면 이 책은 3차원적이고 입체적인 경고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

약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이 책은 지구환경, 기후문제에 관련하여 그것을 개선하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밝히는 기후환경 종합보고서이며 기후백서이다. 내용이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다루고 있어 이 책을 읽은 소감도 장별로 나누어 기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머릿속에서도 다양한 정보들이 다양한 그룹을 형성해 기후변화 같은 잘못된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문/어쨌든 모든 것은 변한다>

기후변화라는 말은 사실 현대인에게는 익숙한 경고이다. 익숙한 것은 대부분 그렇듯이 위험성이 약하다. ​저자는 그런 사실에 대해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기능은 기억하기 그리고 망각하기’라고 꼬집으며 사람들의 건망증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2016년 제31회 브라질 리우올림픽의 개막식은 그 어느 올림픽보다 의미가 있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 곳곳이 물에 잠기는 내용을 영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도 그걸 말하고 있다.

"기온이 섭씨 4도나 상승하면 2100년에는 해수면이 1~2m까지 상승할 것이다. 몰디브와 투발루 같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고 에콰도르, 브라질 그리고 미국 북동부와 캘리포니아,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해안지역 상당 부분이 침수될 것이다.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밴쿠버, 런던, 뭄바이, 홍콩, 상하이 등의 대도시들 역시 침수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 책은 기후문제를 말하지만 결국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말한다. 기후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자연적인 재해의 불가항력 때문이 아니다.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들이 이 땅의 소수 엘리트의 기득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덜 쓰고 덜 소비하고 바르게 쓰고 자원을 아껴야 한다는 것은 결국 이 땅을 지배하고 있는 그들의 탐욕과는 상충하기 때문이다. 기후문제는 우리 경제모델의 핵심을 이루는 근원적인 명제, 즉 성장지상주의와 싸워야 한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기후문제는 태양의 힘이란 메커니즘이 아니라 인간의 힘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 즉 권력의 주체를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말하자면 권력 주체가 기업에서 공동체로 전환되어야 하고 현행 시스템에서 부당한 취급을 받는 수많은 사람이 힘의 저울추를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확고하고 다양한 사회운동을 구축해야만 한다. 서문부터 구구절절 호소가 깊다.

<1장/우파가 옳다>

불쾌하게도 기후변화는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재앙으로 오지만 1% 소수의 부자에게 좋은 사업의 기회로 온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주로 보수주의자, 백인 남성 그리고 평균소득이 높은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우파들이다. 기후문제의 해결방안이 그들에게는 전혀 달가운 일도 걱정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해수면 상승이라는 변화에도 자기들의 돈으로 담장을 높이 쌓고 자신의 집을 요새화하며 그들의 안위를 위해 애쓸 것이다.

우리가 기후문제에 결집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탈규제 자본주의와 성장만능주의)과 서구문화사상(인간은 자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사회 활동(물건 사기, 소비하기)에 직접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먹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의 문제가 항상 문제다.

<2장/세계화 경제와 온난화>

기후협상의 최대 장애물은 무역협정이다. 기후협상과 무역협상은 서로 상관없는 일처럼 병렬적으로 진행되었으나 둘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다. 무역은 장거리 운송수단의 문제를 일으키고 끝없는 화석연료가 필요하게 한다. ​대책으로는 1970년대의 소비문화로의 회귀, 노동시간 단축, 대중교통, 자전거, 에너지 감축, 주택 규모축소, ​기간사업의 공공화. 재생에너지 사용, 화석연료 채취중단, 성장만능주의 탈피가 있다. 우리 일상 전반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개조가 필요하다.

기후 운동과 관련하여 신자유주의와 싸워야 한다. 그중 핵심은 신자유주의의 세 가지 버팀목인 공공부문의 민영화, 기업규제완화, 법인세 인하가 그것이다.

<3장/공공부문의 재건과 오염자 부담 원칙>

공공부문을 민영화하지 말아야 한다. 민영화된 공공부문은 재공공화하여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공부문을 민영화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정치적 장벽을 뚫어야 한다.

지구온난화는 선진국들이 일으킨 문제이다. 하나의 지구를 공유하면서 산업발전을 이룬 국가들이 지구를 오염시킨다. 결국, 산업발전국가들인 소위 선진국들이 지구온난화의 주범들이며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직접배상을 받아야 한다.

<4장/과감한 계획과 적극적인 봉쇄>

새로운 경제체제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개발이 일어나는 곳엔 언제나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와 풀(POOL-please on our land)의 현상이 일어난다. 인간의 욕심이 문제다. ​탐욕을 줄이지 않는 한 환경문제 앞의 인류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다.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5장/채취 주의를 넘어서>

우리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나우루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소비와 흥청망청이 인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알아야 한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던가. 넘치는 것은 항상 미치지 못함만 못한 법. ​소박한 삶이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대지는 영혼을 지닌 유기체', 앨도 레오폴드의 '샌드 카운티 연감' 그리고 레이철 카슨 '침묵의 봄'이 말하는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6장/대기업과 환경단체의 불길한 결합>

<환경 보호 기금>이라는 환경단체가 오염기업(우마트, 맥도날드, 페덱스, AT&T)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화석연료를 채취하는 사업을 벌이는 일이 일어났다. 세상에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하고 취약하고 징검다리 적인 대책에 안주하는 생각은 바라기만 하면 이루어질 것이라고 여기는 주술적 사고에 불과하다. 모든 환경단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연보전 활동은 탄소를 원래 있었던 곳에 그러니까 땅속에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다.

탄소 배출권이라는 것이 있다. 나라마다 일정량의 탄소 배출권을 발행하여 후진국의 경우 남는 것은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고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저자는 탄소 배출도 미봉책의 사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7장/구세주는 없다>

지구환경문제에 구세주는 없다. 환경 해법을 떠벌리는 억만장자들(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의 기후 관련 환경개선 약속은 결국 호화판 쇼로 끝날 것이다.

<8장/햇볕을 차단하라/지구공학>

8장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배운다. 지구온난화를 위한 해결책으로 과학자들이 내세우는 기발한 과학적 아이디어들이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인지 놀랍고도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러한 것들을 지구공학의 등장이라고 말한다. 첫째, 태양복사관리-태양광을 부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온실효과를 감축시킨다. 쉽게 말해 햇빛을 반사해 우주로 돌려보내는 방안이다, 둘째로는 피나투나옵션-성층권에 황산을 분사하여 지구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는 화산폭발에서 힌트를 얻은 아이디어라고 한다. 과학을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하다. 인간 스스로 작은 변화를 통해 살아가면 될 문제를 무지막지 맘껏 채취하고 흥청거리다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거대한 대책을 만드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러한 지구공학에 대해 웬들 베리가 명쾌하게 지적한다. “지나친 규모로 일을 벌이고 지나친 위험을 감수하는 배짱을 우리는 오만한 무지라고 부른다.” 저자도 일갈한다. “지구는 인간의 창조물이 아니며 반대로 지구가 인간을 창조하고 부양해왔다. 지구는 우리가 돌봐야 할 수감자도 환자도 아니다.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다.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은 인간의 대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대응으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것이다.”

<9장/블로카디아 운동-새로운 기후전사들 Blockadia>

블로카디아는 노천채광, 가스 채취, 오일 송유관 매립 등 자원채취 및 운송으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항하는 운동이다. 거대기업과 억만장자들이 추진하는 이런 채취산업에 블로카디아가 새로운 환경 지킴이, ​기후전사들로 등장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하여 채취산업을 벌리는 거대기업에 대해 블로카디아는 말한다.

“그 먼 곳에 있는 회사가 대체 어떻게 내 땅에 들어와 나와 자식을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단 말인가! ​국가는 나를 보호해주기는커녕 감히 경찰을 어떻게 투입한다는 말인가?” 엑슨의 최고경영자 렉스 틸러슨도 자기 집 근처에 프래킹 사업이 진행되자 소송을 제기하며 블로카디아 대열에 뛰어들었다. 채취산업은 환경문제는 물론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 도로문제, 중장비문제, 마을 파괴문제, 원유유출 사고문제, 시추문제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10장/사랑으로 지구를 살리자>

환경문제는 오랫동안 경제성장이라는 수사에 밀려 고전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반대가 됐다. 화석연료 반대 투쟁은 중국에서 호주, 북미로 이르기까지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투자회수 캠페인은 화석 연료사업은 사회적,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사업임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채취산업 반대 운동을 전개하는 블로카디아의 활동도 성공적이다.

‘물을 지키자는 환경운동에 정부는 뭐하는가? 이들이 반대해야 하지 않나? 송유관을 묻어 이득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나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갖는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화석채취사업의 문제만큼이나 큰 문제는 바로 우리 정치의 부패다.’

<11장/원주민의 권리>

원주민의 토지소유권, 토지사용권의 문제의식이 채취사업 반대 운동에 새로운 힘이 되었다. 채취하고자 하는 이곳은 모두 양도된 적이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서로는 힘을 합치는 계기가 되었다. ‘토지사용은 쟁기 말이 닿는 깊이까지만’이라는 말은 정말로 맞는 말이다.

<12장/하늘은 모두의 것>

북미 스위트 매디슨 부족의 예언이 있다.

“땅속의 검은 돌과 검은 물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인간은 검은 구름 속에 갇혀 불같이 뜨거운 검은 공기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가슴이 철렁해진다. 그런 날은 오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돈 때문이다.

그러나 친환경 사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 수는 송유관 건설사업 일자리 수보다 34배에 이른다고 한다. 기후부채, 환경부채라는 말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즉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 져야 하는 기후환경의 책임 문제를 일컫는 말이다. 200년에 걸친 꾸준한 선진국의 도둑질(땅, 노동력, 대기) 때문에 개도국들이 지금 고통받고 있다. 저개발국들이 채취산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선진국에서는 채취에 따른 이득만큼을 보상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외채탕감, 선진기술 이전, 규제 완화 등) 그렇지 않으면 개도국들이 너도나도 경제발전을 위해 채취산업에 뛰어들고 지구기후는 더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13장/체취에서 복원으로>

저자는 5년간에 걸쳐 이 책을 집필했고 그 기간은 저자 자신이 임신에 성공하여 엄마가 되기까지의 힘든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자는 역시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은 자연에 손댈 수 없다는 이치를 더욱 깨닫게 된다. ‘어머니 대지’라는 말은 인류는 대지를 책임지는 존재가 아닌 방대한 생태계 일부이며 대지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저자는 극지방의 빙하를 그저 볼거리, 관광 거리로만 생각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사고에 대해 개탄한다. ​어느 여행사의 홍보 문안이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녹아 없어지기 전에 빙하를 보고 오세요."

<결론>

인류의 역사는 투쟁으로 발전했다. 노예제 폐지, 식민지 독립 등이 투쟁으로 성취되었듯이 기후문제도 그런 과정을 거칠 것이다. 기후문제는 세상의 모든 모순을 바로 잡는 운동이다. 저자는 생존이라는 기후문제와 관련하여 모든 인류의 강력한 연대와 투쟁을 호소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역사가 문을 두드렸을 때 그대는 대답했는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책 제목에서 말하는 ‘이것’이란 궁극적으로 기후변화보다는 자본주의를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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