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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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1.09.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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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고전이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적절한 비유의 말이다. 학창시절 무수한 고전의 이름과 그 저자들의 이름을 줄줄 외던 우리는 그게 실력이고 지식인 줄 알았다. 루소 하면 에밀, 실낙원 하면 밀턴, 아우구스투스 하면 고백론~ 실로 거침없고 유창한 답변이 우리 입에서 튀어나왔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도 그런 책 중의 하나다. 책 이름과 저자는 옆집 강아지 이름처럼 익숙하게 알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멀리 있는 친구의 소식처럼 그저 깜깜하기만 했다.

​오늘 마침내 ‘그 책’을 읽었다. ‘고전’의 사전적 이름이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좋은 책이라 한다면 이 책은 그 말에 천 번 만 번 부응하는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에 밀은 어떻게 그렇게도 위험하고 불온한 진보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200년이 지난 지금도 자유의 가치가 삶의 화두가 되는 현실을 생각할 때 200년 전에 이런 글이 나왔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그런 생각에조차 이르지 못하고 사는 오늘이 부끄럽다.

책 내용은 다양한 자유의 종류와 규범에 대한 설명으로 읽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은 밀과 같은 선각자들의 그런 책들 덕분에 자유가 어느 정도 익숙한 개념이 되었기에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옳고도 옳은 얘기와 당연하고 좋은 얘기가 여러 분야에서 전개된다. 문제가 있다면 밀이 말했던 자유의 여러 가치 중 어떤 분야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다.

밀이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는 한마디로 사상의 자유를 말한다. 그리고 그 자유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말한다. “자유라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자유는 우리가 타인에게 행복을 뺏으려 하지 않는 한 또는 타인이 행복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한 우리 자신의 방법으로 우리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다.”

“개인의 행동 중에 사회의 제재를 받아야 할 유일한 것은 그것이 타인과 관련되는 경우뿐이다. 반대로 오로지 자신만 관련된 경우 그의 인격의 독립은 당연하고 절대적인 것이다. 자신에 대해 즉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해 각자는 주권자이다.”

밀의 주장은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근대 민주주의의 싹은 이런 위대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으리라. 당시의 질서를 깨고 당시의 법을 넘어서는 초법적인 생각에서 마침내 진보의 새로운 사상이 나왔으리라. 밀도 말한다. “역사적으로 법이라는 무기는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고귀한 견해를 뿌리 뽑기 위해 사용되어왔다.”

밀의 명언은 계속된다.

“사상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사상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것, 즉 무사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는 현실에 영합하는 기회주의자들만 존재한다. 그들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노예들이다.” 밀의 이 말에서는 일전에 읽었던 김규항의 글이 생각난다. “이 세상에는 10%의 진보와 10%의 보수가 있다. 그중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80%는 그냥 보수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보수의 개로 살아간다.”

개인의 의견에 대한 권력의 탄압에 대해서는 “설령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라 하더라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이는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을 때 전 인류를 침묵하게 할 권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밀은 당시 사회에 만연해있는 사회상황과 개인들의 의식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그의 비판은 지금 이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서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이단자 배척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있는 많은 중산층은 권력이 반대자들을 박해하기 위해서 그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우수한 두뇌를 가졌음에도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자유로운 사상을 말하기 두려워하는 비겁한 사람들 때문에 세계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런 침묵의 평화는 오히려 해악이 더 크다.”

책 속의 각 항목에 대한 밀의 사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의견에 대한 판단오류는 무오류의 독단에서 나온다.>

“인간은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되면 될수록 세상이 무오류라는 것에 맹목적인 신뢰감을 느끼고 의지하려고 한다. 각 개인에게 ‘세상’이란 스스로 접촉하는 일부 세상, 즉 그의 정당, 그의 종파, 그의 교회, 그의 사회적 계급을 뜻한다.”

“종래 일반적이었던 많은 의견이 오늘의 시대에는 배척되듯이 오늘의 일반적 의견도 미래에는 배척될 것이 확실하다.”

 

<기독교 윤리와 진리/죽은 신앙의 보기>

기독교윤리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성경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인도하거나 검증하는 기독교도는 천명 가운데 한 사람도 없다. 그가 실제로 행동하는 기준은 그 국민, 그 계급, 또는 그 종교단체의 관습일 뿐이다.” 종교인들에 대한 밀의 그런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할 것이다.

 

<개성 발전의 필요성>

“인간의 본성이란 어떤 틀에 따라 만들어져 미리 정해진 일을 하게 하는 기계가 아니라 도리어 생명을 불어넣는 여러 내적인 힘에 따라 모든 면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려고 하는 나무다.”

 

<국가교육의 한계>

“국가가 교육을 강제하는 것과 국가 스스로 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별개다. 국민교육 전부나 대부분을 국가가 장악하는 것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

“토론 없는 진리란 독단이다.”

그 외 독약 판매, 술집규제, 휴일준수법, 금주법, 결혼에 대한 제한, 관료제의 폐해 등 당시 사회적 생활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한다.

 

어느 고전이 안 그럴까마는 정의와 자유의 가치가 새롭게 대두되는 요즈음의 현실에서 이 책은 그래서 더 좋은 책으로 읽힌다. 자유와 진리의 사회적 개념과 그 가치에 대해 설파하면서 자유란 다양성을 전제로 하고 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하며 그 다양성은 국가나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이 책의 번역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남대 박홍규 교수다. 박홍규 교수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 준다. 책이 발행되던 해인 2014년 당시 한국의 현실에 대한 격정적 토로와 사무치는 비판은 이 책을 더 좋은 고전으로 느끼게 한다. 박 교수의 빛나는 외침을 이 책에 대한 빛나는 독후감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 데려온 자녀의 친구에게 아버지 직업을 묻고 아버지가 부자가 아니면 그 친구와 놀지 말라고 자녀에게 말하는 우리 세대 부모의 천박성 때문에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썩고 있다. 아이들아, 그 부모의 말이 틀려먹은 것을 아느냐? 안다면 이 책을 읽어라. 모른다면 이 책을 읽지 마라. 소용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아, 제발 너희들은 자유롭게 살아라!”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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