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을 보내며(寄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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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보내며(寄情)
  • 曠坡 先生
  • 승인 2021.09.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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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정을 보내며(寄情)

 

창망장도불엄비(悵望長途不掩扉)/먼 길을 내다보느라 사립문도 닫지 못하고

야심풍로습라의(夜深風露濕羅衣)/깊은 밤 바람과 이슬에 비단옷은 젖었는데

양산관이화천수(楊山館裏花千樹)/양산관 속의 온갖 나무에 꽃들이 만발하여

일일간화귀미귀(日日看花歸未歸)/날마다 그 꽃 보느라고 돌아오지 못하시나

 

 

*기다리는 마음

조선 중종~선조 때 문신으로 활동한 양사언(楊士彦)의 소실(妾)이 지은 시입니다. 일설에는 양사언의 아우인 양사기(楊士奇)의 소실이 지었다고도 합니다.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는 님을 문 열어놓고 기다는 여인의 애절한 마음이 시 전편에 걸쳐 절절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양사언은 서출입니다. 그의 아버지 양희수가 안변을 지나다가 어느 소녀에게 밥을 한 끼 얻어먹고 부채에 장식으로 달린 선두향(扇頭香)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녀가 찾아와 스스로 소실이 되길 청하여 그 사이에서 얻은 아들이라고 합니다.

소실의 아들인 양사언, 그런데 이 시는 양사언의 소실이 님을 그리는 내용입니다. 양산관은 지금의 경남 양산시를 가리키는데, 당시의 관소(館所)를 이르는 말입니다. 양사언(혹은 양사기)이 한때 머물던 곳일 수도 있고, 버들 양(楊) 자를 쓴 것이 그리운 님 양사언을 의인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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