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齷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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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齷齪)
  • 이동복 작가
  • 승인 2021.08.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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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 언어의 같은 뜻 다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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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방송에서 “그동안 별사랑씨의 무대를 보면서 정말 악착같다고 느꼈습니다”라고 평한 말이 있다. 좋은 뜻으로 쓰인 말일 것이다. 이를 보고 불교의 악착 보살에서 어원을 찾은 기사가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과연 그럴까 해서 근거를 찾아보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명사로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①일을 해 나가는 태도가 매우 모질고 끈덕짐. 또는 그런 사람.

예문) 악착을 부리다.

예문) 나는 내 신체 얘기가 나오면 신경이 곤두섰다. 그만큼 나는 다른 사람보다 표나지 않게 하느라고 악착을 떨며 일했던 것이다.≪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②도량이 몹시 좁음.

③잔인하고 끔찍스러움.

악착은 한자 그대로의 뜻풀이는 치아와 치아 사이의 좁은 공간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도량이 좁고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뜻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6세기 초에 나온 시문집 ≪문선(文選)≫에서 근거를 찾고 있다. 당시에는 ‘자잘한 것에 마음을 쓰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우리와 같이 ②번의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지저분하다’란 뜻도 있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당나라의 시인 한유(韓愈)가 지은 시에 <齷齪(악착)>이 있는데, 명문당에서 나온 ≪고문진보≫에서는 ‘염치없는 자들’로 이를 번역하고 있다. 역시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있으니 조심해서 써야 할 단어로 보인다. 간체자는 龌龊[wò chuò]. 중국의 근거를 보면, ‘악착’을 불가에서 온 단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齷齪 또는 偓促으로 써서 [あくさく], [あくせく]라고 읽는다. 뜻은 우리말의 ①번과 ②번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어사전의 ③번 풀이는 필자가 이런 뜻의 용례를 보지 못했는데, 이를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북중사전에서는 ③번 풀이를 앞세웠으니 이른바 문화어에서는 잔인하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에 ①번 풀이와 비슷한 뜻으로 용례를 ‘악착하게 일하다’로 들었다.

덧붙여 ‘억척’이란 단어는 ①과 같은 뜻으로 풀이하고 있어 ‘악착’이 와전되어 순우리말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