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견(自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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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견(自遣)
  • 曠坡 先生
  • 승인 2021.08.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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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자견(自遣)

 

대주불각명(對酒不覺暝)/술 마시다 보니 날 저무는 줄도 몰랐네

낙화영아의(落花盈我衣)/떨어지는 꽃잎은 옷 위에 쌓여만 가고

취기보계월(醉起步溪月)/취한 채 일어나 달이 잠긴 계곡 걷는데

조환인역희(鳥還人亦稀)/새들 돌아가고 나니 인적 또한 끊겼구나

 

 

*시는 고독의 산물

중국 당나라 때의 대표 시인 이백(李白)의 시입니다. 그는 ‘달’과 ‘술’의 시인이라고 할 만큼 풍류를 즐길 줄 알았으며, ‘술 한 말에 시 백 편’이라 말이 나올 정도로 취중에 시를 많이 읊었습니다. 제목 ‘자견(自遣)’은 ‘나의 적막하고 고독한 감정을 없앤다.’는 뜻입니다.

이백은 독작(獨酌)을 즐겼습니다. 홀로 술을 마시며 대취하여 시를 읊었는데, 그런 시편들에는 ‘고독’이 물처럼 스며들어 있습니다. ‘자견’이란 이 짤막한 오언절구 또한 ‘고독’이 낙화가 되어 뚝뚝 떨어집니다. 그 고독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시인은 달이 잠긴 계곡을 걷고, 그러다가 문득 새도 없고 인적이 끊긴 산속에서 ‘고독’에 흠씬 취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러니 저절로 시가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는 고독의 산물입니다. 시인은 심성의 저 밑바닥에 고독의 낚싯줄을 내려 ‘시상(詩想)’이라는 싱싱한 물고기를 건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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