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잡아야할 우리 식물명
상태바
바로 잡아야할 우리 식물명
  • 박원 작가
  • 승인 2021.08.20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청원 글
금강초롱꽃
금강초롱꽃

우리 식물이름 바로 잡아주세요.

봄꽃은 남쪽에서부터 피어 올라오지만 가을 꽃은 북쪽에서 먼저 피어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8월 15일 광복절이면 중부지역 높은 산지에서 피기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반도 고유종인 금강초롱꽃입니다.

그런데 이 꽃의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입니다. 여기서 하나부사야(Hanabusaya)는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하기 위해 들어온 일본 초대공사의 이름입니다. 우리 땅에만 자라고 광복절을 기념하듯 피는 꽃에서 우리는 일제의 만행과 치욕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꽃의 학명에서 일제 전범을 기념하고 추모해왔습니다.

우리 식물 이름에는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이 있습니다. 이들은 들판이나 산 가장자리에 흔하게 자라는 식물인데 국가표준 식물명에서 정한 이름입니다. 이 이름이 조상의 삶이 반영된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남녀 관계에서 본인은 즐거운데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면 그것은 성희롱입니다.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면서 쾌감을 느낀다면 가학성 음란증이고, 상대의 성적 학대에 쾌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피학대성 음란증으로 모두 성도착증입니다.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배꼽이 국명이라는 것은 국가가 성희롱을 방조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으로 국민의 성인지감수성을 떨어뜨립니다. 이 이름에는 조상의 삶이 반영된 것도 아닙니다. 사광이아재비와 사광이풀이라는 우리 이름이 있었음에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명을 변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새해를 막 넘기면 어느새 언 땅을 녹이고 눈 속에서 피는 꽃이 있습니다. 그 모습에서 얼음새꽃 또는 눈삭이꽃이라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얼음새꽃이란 이름이 일제강점기에 민족의식이나 저항을 불러일으킬까 복수초라는 해괴한 일본명을 우리 이름으로 정리하였고 지금껏 이를 국가표준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얼음새꽃
얼음새꽃

 

봄이면 마당가나 길가에 귀엽고 앙증맞게 피는 봄까치꽃, 큰봄까치꽃이 피어납니다. 그런데 이 꽃의 국가표준명은 일본명을 번역한 개불알풀, 큰개불알풀이라는 거북한 이름입니다. 우리 식물의 표준명은 아직 일제강점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큰봄까치꽃
큰봄까치꽃

 

식물명은 지역이나, 약효나 용도에 따라, 혹은 특정 부류의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있습니다. 우리 산지에 자생하는 개살구와 개아마, 개회향이란 나무와 풀이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 토종식물입니다. 그런데 개가 빠진 살구와 아마, 회향이란 식물은 외래종 이름입니다. 우리 토종 식물명에 개가 붙은 것을 국명으로 삼은 것은 조선인에 대한 우민화와 자존감 말살을 위해 일제가 저지른 일제강점기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름 중에서 산살구, 참아마, 돌회향처럼 특징을 나타내는 이름을 국가 표준명으로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식물의 국가표준명은 이명법을 채택해야 합니다.
일제강점기하에서 수많은 외국의 선진 학문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그 당시 식물명의 학명으로 이명법을 도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명은 이명법을 채택하지 않았고 지금도 이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 식물명은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되었고 식물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되었습니다.

꽃창포, 노랑꽃창포, 범부채, 대청부채는 붓꽃과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붓꽃이라는 속명으로 통일해서 꽃붓꽃, 노랑꽃붓꽃, 범붓꽃, 대청붓꽃이라 부르는 것이 이명법을 적용한 이름입니다. 꽃창포, 노랑꽃창포라 부르는 것은 창포라는 식물이 속한 천남성과와 혼란을 일으키게 합니다.

난초과에 속하는 식물은 난, 란, 난초, 란초 4가지 이름으로 끝나는데 이는 난초과 전문가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명법을 채택하면 모든 난초과 식물은 난초를 붙이고 한글맞춤법에 따른 표기는 이명으로 쓰면 됩니다. 이 분야의 저명 학자도 이것이 헷갈렸는지 꿀풀과에 속하는 금창초 종류를 내장금란초라고 등록한 것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분류상 꿀풀과에 속하는 식물을 난초과에 뒤섞어 넣은 것입니다.

바닷가에 자라는 식물로 '갯질경'과 '갯질경이' '개질경이'이란 국명이 있습니다. 갯질경은 갯질경과에 속하고 갯질경이와 개질경이는 질경이과에 속합니다. 우리 한글에서 조사로 가장 흔히 쓰는 ‘이’를 붙여서 과명을 달리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란 한글에 테러행위를 한 것입니다.

사회가 선진화되면 언어도 거기에 따라 순화되어 왔습니다. 식모란 호칭이 가정부로 가사도우미로 변했고, 청소부가 환경미화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술 시중을 들던 기생이란 단어가 접대부에서 도우미로 순화되었습니다. 식물분류학과는 생명공학과 등으로 바뀌었지만 식물명은 여전히 일제하에 머물고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배꼽은 폭력이 일상화되고 인권유린이 난무하던 일제강점기에나 해당하는 이름입니다. 나이 어린 여성을 성노예로 유괴하고 꽃 같은 청년을 이국땅으로 끌고 가 강제노역과 총알받이로 앞세우던 때나 쓸 이름입니다.

지금껏 이런 이름을 국명으로 써온 것은 일제의 인적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탓입니다. 일제에 영합하던 인사들은 해방이 되고도 해당 분야의 실세가 되어 후학들의 취업과 승진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일제의 세뇌교육을 학문적 정통성의 근거로 요구했습니다. 일제가 물러간 후에도 일본인의 이름을 우리 식물명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식물을 식별한다는 용어는 ‘동정’이라는 일본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들은 식물명을 바로잡는 것을 학문의 정통성이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이름이 변경될 때까지는 이를 지켜야 한다는 전형적인 일본인의 논리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우리는 그간 아홉 번이나 헌법을 개정했습니다. 그중에는 대중의 요구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전 국민의 집주소가 도로명으로 일시에 변경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땅에만 자라는 특산종에 우리가 이름을 붙일 수 없고 국제규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얼빠진 논리입니다.

8.15에 만개하는 금강초롱꽃의 학명에서 더 이상 하나부사야라는 일제 전범을 추모할 수는 없습니다. 잘못된 국제규약은 개정해야 할 대상이지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간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국력을 키웠습니다. 이제 국제무대에 나가 잘못된 규정은 고칠 것을 요구하고, 우리 땅에만 자라는 고유종은 우리가 관리하고, 권리를 요구하며 우리 것으로 지켜야 합니다.

한반도의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이 땅의 식물을 조사한 일제 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수정과 보완의 대상입니다. 이제는 일제가 남겨 놓은 세뇌교육의 마비에서 풀려나야 합니다. 며느리밑씻개는 이땅의 여성을 성추행하는 이름입니다. 개불알풀은 일본인들이나 쓸 이름이며 봄까치꽃이란 고운 우리 이름을 국가표준명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산지 바위틈새에 자라는 돌나물 종류인 바위채송화를 바위돌나물이라 고치고 바닷가에 자라는 땅채송화를 땅돌나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골담초나 죽절초, 낭아초는 골담목, 죽절목, 낭아목으로 고쳐야 합니다. 이름을 들으면 그 사물이 생각나고 사물을 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이름이 좋은 이름입니다. 우리 국가표준식물명이 이명법을 채택해야 할 이유입니다.

이명법으로 바꾸는 것은 이미 익숙해진 이름에 혼선을 일으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청원은 근본적이고 정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인과 한글 사용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규범은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론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으로 남겨주신 규칙입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 창제의 취지로 “대중이 쉽게 배우고 편하게 쓰게 하라”는 어명을 내리셨기 때문입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y65A9D.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