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아내의 버릇 고치기
상태바
수다쟁이 아내의 버릇 고치기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1.08.18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혜를 주는 이야기

☞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좋은 가족 동화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은 자신을 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편집자

 

어떤 나무꾼 아내 중에 수다쟁이가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집안마다 비밀이라는 것도 있기 마련인데, 수다쟁이 아내의 버릇 때문에 나무꾼 집안의 모든 것이 마을 사람들에게 낱낱이 공개되었습니다. 남이 알면 흉이 될 이야기까지 수다를 떨어 집안 망신을 시키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마누라 한 번 잘못 얻었다가 집안 망신만 시키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나무꾼은 수다쟁이 아내에게 꾸지람을 주기도 했고, 다시 한번 더 집안 망신을 시키면 친정으로 쫓아버리겠다는 말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수다쟁이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꾼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숲속에서 뾰족 튀어나온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못된 돌멩이가 있나!”

나무꾼은 그 돌멩이가 마치 말 안 듣는 수다쟁이 아내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차마 아내를 때릴 수 없었던 것을 분풀이 삼아 돌멩이를 냅다 걷어찼습니다.

“아이쿠 발이야! 뭔 돌멩이가 이렇게 단단할까?”

돌멩이를 걷어찬 나무꾼은 다시 한번 나뒹굴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 아무리 못난 아내라 하더라도 오래도록 같이 살았는데 미워하면 안 되지.’

이렇게 반성을 하며 나무꾼은 방금 걷어찬 돌멩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발에 걷어차인 돌멩이의 시커먼 이끼가 벗겨지자, 그 속에서 황금빛이 번쩍이는 것입니다.

“이게 뭘까?”

나무꾼은 돌멩이를 땅에서 파내 흙에 문질러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돌멩이가 아니라 금덩어리였습니다. 횡재한 것입니다. 그만한 금덩어리라면 평생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금덩어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나무꾼은 잠시 멈칫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수다쟁이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분명 수다쟁이 아내는 나무꾼이 산에서 금덩어리를 주웠다고 하면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돌아다닐 것이 뻔했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되면 금덩어리를 보자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몰려올 것이고, 그 소문이 고을에 퍼지면 도둑이나 강도가 들 염려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횡재한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 이 금덩어리를 우선 내가 아는 바위 밑에 묻어두자.”

나무꾼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의 바위 밑을 파고 금덩어리를 묻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무꾼은 너무 좋아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수다쟁이 아내 때문에 걱정이 되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아니, 여보 왜 잠을 못 자고 그래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유? 하룻밤 못 잤다고 눈이 다 떼꾼해졌네.”

아내가 물었습니다.

“이 수다쟁이 여편네야! 내가 고민 얘기하면 또 동네방네 떠들면서 돌아다니려고?”

나무꾼은 아내에게 눈을 흘겼습니다.

“내가 무슨 수다를 떤다고…….”

원래 당사자는 본인의 결점을 모르는 법이었습니다.

“잔말 말고, 주먹밥이나 싸줘. 나무하러 가게.”

이렇게 말했지만, 나무꾼은 어제 바위 밑에 묻어둔 금덩어리가 제자리에 그대로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급히 산으로 올라가 바위 밑을 파본 나무꾼은 금덩어리가 그대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적이 안심되었습니다.

다시 금덩어리를 제자리에 묻은 후 나무꾼은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유난히도 푸르렀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나뭇가지 끝을 바라보던 나무꾼은 벌떡 몸을 일으켰습니다.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그는 아내가 싸준 주먹밥을 꺼내 반은 자신이 먹고 반은 똘똘 뭉쳐 나뭇가지 끝에 매달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무꾼은 다음 날도 주먹밥을 싸달라고 하였습니다.

“주먹밥이 그게 뭐요? 많이 좀 싸 줘. 산속을 헤매고 다니면 배가 고파 미치겠다니까.”

나무꾼은 아내가 싸주는 주먹밥을 산에 가지고 가서 매번 반은 자신이 먹고 나머지 반은 예의 그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그렇게 며칠 주먹밥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나무꾼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신기한 일도 다 있지? 산속 어느 곳에 가니까 주먹밥이 열리는 나무가 다 있더군.”

“뭐예요? 나뭇가지에 주먹밥이 열린다고요?”

“글쎄, 그렇다니까.”

“어디 한 번 가 봅시다.”

호기심이 많은 아내의 말에 나무꾼은 자신이 주먹밥을 매단 나무로 안내하였습니다.

아내가 보니 과연 주먹밥이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여보 이젠 우리도 굶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구려. 배고플 때 이 나무에서 주먹밥을 따먹으면 되지 않겠어요?”

아내의 말에 나무꾼은 짐짓 빙그레 웃었습니다.

다음 날 수다쟁이 아내는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주먹밥이 열리는 나무에 대해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수다쟁이 아내는 그들을 산속의 주먹밥이 열리는 나무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 보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때는 나무꾼이 한발 먼저 와 주먹밥을 따서 산새들 먹으라고 풀숲에 뿌려버린 뒤였습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다시는 수다쟁이 아내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차츰 나무꾼의 아내도 수다를 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나무꾼은 그때야 바위 밑에 묻어두었던 금덩어리를 캐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그의 아내도 더는 수다를 떨지 않아 금덩어리 덕에 오래도록 부부가 행복하게 부자로 살 수 있었습니다.

 

*나쁜 버릇일수록 중독성이 강해서 자꾸만 그 정도가 강해지는 법입니다.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한 충격파가 필요해지는 것도 바로 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