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다와 쪽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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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다와 쪽팔리다
  • 이동복 작가
  • 승인 2021.07.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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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언어의 같은 뜻 다른 의미

 

요즘 북한에서는 ‘오빠’라는 말이 체제를 무너뜨린다고 걱정인 모양이다. 더불어 불려온 말이 ‘쪽팔리다’라는 단어이다.

‘쪽팔리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속되게)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로 풀어놓고 있다. 다음과 같이 예문을 들고 있다.

"아이, 쪽팔려. 오는 길에 돌에 걸려 넘어졌어."

"쪽팔리게 이 물건들을 나보고 길거리에서 팔라고?"

 

쪽이 뭔가 다시금 찾아보니, 쪽7에 다음과 같이 해설이 있다.

명사로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한다.

예문은 다음과 같다.

"형님 밑에 애들을 보내려니 걔들은 그 부근에서 쪽이 팔려 뒤가 떨떠름하데." ≪이문열, 변경≫

예문을 보니 ‘애들’로 하여금 나쁜 일을 하도록 하려는 것 같다. 그래서 창피하다는 뜻으로 일반인이 쓰는 모양이다. 북한에서 나온 사전에는 당연히 이 단어가 실려있지 않다.

 

창피하다의 어근은 창피(猖披)이다.

다시 창피를 보니 ‘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함. 또는 그에 대한 부끄러움.’이라고 풀어놓았다.

예문은 다음과 같다.

"상은 못 줄망정 창피를 주다니 될 말입니까." ≪이병주, 행복어 사전≫

창은 개가 왕성하게 돌아다닌다는 것으로 미쳐날뛴다는 뜻이다. 영화 ‘창궐’의 그 창이다. 피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다 또는 옷자락을 헤치다는 뜻이다. 그래서 봉두난발하고 미쳐 날뛰니 부끄러운 일이다.

창피하다는 남과 북이 같은 뜻으로 쓰고, 쪽팔리는 것은 남에서만 쓰는 말인데 이게 월북하니 체제를 위협하는 말이 된단다. 이제 볼펜 같은 말을 북에서 쓰면 수용소로 가야 할 판이다. 중국어에서 온 원주필은 친정부이고... 어느 세월에 겨레말큰사전이 나오겠는가. 나오더라도 북한 당국자 입맛에 맞는 단어만 실릴까 봐 지레 걱정된다.

 

(평양노동신문=뉴스1)=북한 조선노동당 김정은 총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