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적 고통이 큰 늙은 부모, 아이 키우기 힘든 젊은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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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적 고통이 큰 늙은 부모, 아이 키우기 힘든 젊은 부모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1.06.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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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치료사 예현숙 박사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사춘기 시기는 부모에게 어려운 시기다. 사춘기는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이전의 모습과 다른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 있게 된다. 이때는 부모의 의존에서 벗어나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는 특징을 보임으로써 부모와 갈등이 크게 일어나기 쉽다.

 

 

가족 간 대화가 힘들어진 세상

하지만 현시대는 사춘기뿐 아니라 자녀의 전 연령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다 큰 자녀들과 갈등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어른이 존경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고 본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어른이 자신의 경험담을 섣불리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려 하다가는 구태의연한 꼰대가 되기 쉽다.

어른들이 함부로 자녀세대를 가르치거나 훈계나 관심을 둘 수 없다. 선의라 할지라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 한다. 잘못하면 묻지도 않았는데 왠 참견이냐고 저항을 받기 쉽다. 이렇게 어른이 자녀세대를 조심스러워하다 보니 부모와 자녀 사이에 중대한 사안들에 관해서도 마음을 열고 활발하게 얘기를 나눌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하나, 둘만 낳은 부모들은 아들, 딸 구분 없이 그들의 성공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여긴 나머지 자녀와의 대화를 간과해 온 측면이 크다. 그만큼 어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들려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자녀들도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조차 부모의 지혜를 얻을 생각을 안 한다. 자율적인 태도이긴 하나 아주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도 없다. 부모와 이런저런 생각을 나눌 수 없다는 건 양쪽 모두에게 미련이나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젊은 엄마들의 고민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어가고 있는 성인 자녀들은 더 큰 성취를 위해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자녀들은 좀 더 이루기 위해서 결혼과 자녀 낳기를 미루고 있는 게 지금의 세태인 듯하다. 늙은 부모는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커다란 내면적 갈등을 겪고 있다.

미취학 아동이나 학동기 아동을 키우는 젊은 부모들의 고민은 무얼까? 예전의 다자녀들을 키우던 때, 형제들 사이에서 저절로 해결되었던 일들을 이젠 부모가 일일이 해결해 주느라 바쁘고 피곤하다. 놀이터에 가보면 자녀를 지키기 위해 나와 있는 엄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유아가 아니라 학동기 아동임에도 그렇다. 그러니 엄마는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클 것이다.

 

 

권위와 사랑을 지닌 부모

이 시대 엄마, 아빠들이 자녀 한 둘 낳아 잘 키워보려고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성공 지향적인 부모, 지나치게 친구 같은 부모, 간섭이 너무 많은 부모, 관심을 잘 보이지 않는 부모, 모두 바람직스럽지 않다. 내가 만난 40대 말의 한 어머니는 고등학교 2학년 딸과 친구인지 엄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싸운다. 딸은 만만해진 엄마에게 물건을 던지면서 더 험악스러워져 가고, 엄마는 그런 딸을 무서워한다. 다른 30대 말 엄마는 7살 아들이 말을 듣지 않아 큰소리를 내곤 한다. 점점 흥분한 모습을 보이게 될 뿐 효과가 없다는 걸 엄마도 안다.

위에 엄마들은 권위를 잃은 모습이다. 권위를 잃은 엄마는 잘못을 지적할 수도 잘 이끌어 줄 수도 없다. 평소 사랑을 듬뿍 주되 아닌 것에는 단호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부모도 많은 거 같다.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인내심이 부족해서, 자녀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 모두 부모와 자식에게 상처가 될 요인들이다. 사랑과 권위는 부모가 지녀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덕목이므로 이 대원칙을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