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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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1.06.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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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무위당 장일순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펴낸 장일순 선생에 대한 회고 글과 각계의 인터뷰 내용이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한살림의 창시자이자 1970년대 민주투사, 그리고 노자 사상의 학자 등 그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한둘이 아니다. 장일순 선생에 대해서는 모두 사상가의 반열에 있다고 말한다. 평생을 원주에 살았으며 동학 해월 최시형 선생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대성학교 설립자, 신협과 생협 운동을 제창하였고 한살림이라는 우리 삶 속의 바른 먹거리 운동을 전개하였고 독재 시대에는 지학순 주교와 함께 원주를 독재투쟁의 산실로 만들었으며 난치기를 좋아해서 난의 대가이며 도덕 정치가로서 생활 속의 사상을 실천한 분이다. 만물동근을 설파한 생명사상가이기도 하다.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 바로 ‘나락 한 알 속의 우주’이다 쌀 한 톨 속에 모든 우주 만물의 섭리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의 호 또한 일속자(一粟子), 즉 ‘좁쌀 한 알’이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사상들은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지만 이미 우리네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서울 어느 동네를 가도 있는 한살림이 우선 그렇다. 한살림 매장에 가보면 그래도 세상은 생각 있는 사람들이 꽤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소설가 김성동 외 10여 명의 회고 글과 리영희, 김지하 시인 등과의 대담이 정리되어 있다. 제목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는 장 선생님이 길가의 꽃을 보고 “산길을 걸었네. 소리 없이 아름답게 피었다 가는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라는 글에서 따왔다.

우리에게 너무도 유명한 리영희 교수도 장일순 선생한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리영희 교수와의 대담에서 지금도 장 선생님과 같은 분이 있느냐고 묻자 리영희 교수의 대답이 아주 명쾌하다.

“지금은 그런 사람 없습니다. 그런 크기를 지니고 사회에 밀접하면서도 사회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 속에 있으면서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시키면서도 본인은 항상 그 밖에 있는 것 같고, 안에 있으면서 밖에 있고, 밖에 있으면서 인간의 무리 속에 있고, 구슬이 진흙탕 속에 버무려 있으면서도 나오면 그대로 빛을 발하고 하는 그런 사람은 이제 없겠죠.” 그렇게 장일순 선생에 대해 멋진 평을 해준 리영희 선생도 이젠 우리 곁에 없다.

참으로 아름다운 장일순 선생님.

권정생 선생님과 함께 이 시대를 살다간 성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무위당을 기리는 모임/녹색평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