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좋다
빈산에 내리는 봄비(空山春雨圖)
공산족춘우(空山足春雨)/빈산이 흠뻑 젖도록 봄비 내리고
비도간단행(緋桃間丹杏)/울긋불긋 피어난 복숭아꽃 살구꽃
화발불봉인(花發不逢人)/꽃이 피어도 반겨주는 이 없지만
자조계중영(自照溪中影)/시냇물에 제 모습 비추어보고 있네
*외로운 봄날의 지혜
중국 청나라 때의 문인화가 대희(戴熙)의 시입니다.
문인화가답게 그의 시를 읽으면 저절로 그림이 그려집니다. ‘공산(空山)’은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저 ‘빈산’이지만, 사실은 비가 흠뻑 내리고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만발하는 자연의 생명이 가득한 산입니다.
꽃은 사람이 반겨주어야만 꽃이 아닙니다. 산에는 나무와 돌과 시냇물이 있습니다. 꽃은 시냇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도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줄 압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도 사람은 외롭습니다. 시냇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흥겨워할 줄 아는 꽃에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봄날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많이 타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외로움도 깊이 파고들면, 그 안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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