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 중 ㆍ일 어휘 - 같은 뜻 다른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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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 중 ㆍ일 어휘 - 같은 뜻 다른 뜻
  • 이동복 작가
  • 승인 2019.09.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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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국어사전의 초석이 되길 기대

볼펜은 영어로 ballpoint pen이라고 하지요. 이를 일본에서는 보오루펜(ボールペン)이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위엔주비(圆珠笔.yuánzhūbǐ), 북한에서는 원주필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일본말을 그대로 들여왔고 북한은 중국어를 쓴 것입니다.

토론은 논어에서 쓰인 단어입니다. 헌문편에 보면 나라에서 포고문을 낼 때, “비심이 초안을 만들고 세숙이 검토하고 외교관 자우가 수식하고 동리에 사는 자산이 윤색하였다(爲命裨諶草創之世叔討論之行人子羽修飾之東裏子產潤色之)”고 합니다. 토론을 제외한 나머지 단어는 현대어로 그대로 번역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세숙 한 사람이 토론하였다는 것으로 봐서는 이를 검토한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옳겠습니다. 요즘의 한국어, 중국어 및 일본어 사전을 보면 모두가 영어의 debate와 같은 뜻으로 풀이합니다. 시대에 따라 뜻이 달라진 경우입니다. 논어의 의미를 어느 나라에서 왜곡(?)했는지 모르나 훌륭하게 뜻을 확장하였기에 다른 나라에서도 받아들인 것으로 봅니다.

양갱(羊羹)’이라는 것은 원래 중국 음식으로 양고기 국물을 식혀서 만든 것입니다. 중국어로는 양겅(羊羹.yánggēng)이라 하고 일본어는 요오깡(ようかん)이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요오깡은 주로 팥, 한천을 주재료로 쓰니 중국의 양겅과는 다릅니다. 만드는 법은 같아도 재료는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단어는 수출입국의 풍토에 따라 실질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 사전에서는 함께 싣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 사전에는 일본어와 같은 뜻으로 쓰는 한자어가 많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피치 못할 일이라고 보입니다. 또한, 김일성 주석은 길림시 송화강변에 있는 유문중학을 2학년까지 다녔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원주필을 문화어로 사전에 등재한 것은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토론이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중국어와 일본어가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많습니다. 반면에 소심하다의 어근으로 쓰이는 小心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같은 뜻이지만 중국에서는 주의하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처럼 같은 한자어라도 그 의미가 나라마다 같거나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발음하기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각 나라의 발음을 표기하고자 합니다.

31운동 이후에 창간한 한글신문을 통해 일본어가 직수입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중국도 54운동 무렵에 일본 단어가 중국어에 많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우리말이 영어든 중국어든 일본어든 이들 언어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였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요오깡처럼무리하게 순화작업을 하느라고 본질을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로마자에서 왔건 한자어에서 왔건 외래어로 보이는 것은 여기서 다뤄보려고 합니다. 국어사전 속의 어휘를 중국어 및 일본어 사전과 비교해서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과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것을 풀어 보고자 합니다. 다만 걸리는 것은 한자체를 한국과 대만에서는 정자를, 일본은 거의 정자에 가까운 간화자를, 중국에서는 간체를 쓰기에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일 자체표를 엑셀로 만들어 두었으니 필요한 분들에게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해당 언어를 학습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 통일국어 사전을 만드는데 작으나마 참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2018년 8월 비매품으로 발간된 책자입니다
2018년 8월 비매품으로 발간된 책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