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편
연애의 단면(斷面)
김기림
애인이여
당신이 나를 가지고 있다고 안심할 때 나는 당신의 밖에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하면 나는 한 덩어리 목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놓아 보내는 때 당신은 가장 많이 나를 붙잡고 있습니다.
애인이여
나는 어린 제비인데 당신의 의지는 끝이 없는 밤입니다.
<사랑의 아포리즘>
어둠의 속살
사랑은 미궁이다. 사랑의 길 앞에는 ‘끝이 없는 밤’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속내를 전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이별하고 나서야 그것이 진정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랑은 캄캄한 밤이다. 눈을 뜨고 아무리 직시해도 어둠의 속살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은 차라리 눈을 감고 보아야 비로소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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