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꿈(春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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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꿈(春夢)
  • 曠坡 先生
  • 승인 2021.05.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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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봄꿈(春夢)

 

동방작야춘풍기(洞房昨夜春風起)/어젯밤 방안에 봄바람 일더니

요억미인상강수(遙憶美人湘江水)/멀리 상강의 임 생각 절로나네

침상편시춘몽중(枕上片時春夢中)/베갯머리 잠깐의 춘몽 속에서

행진강남수천리(行盡江南數千里)/강남의 수천리를 다 갔다 왔네

 

 

천리 밖의 임 생각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잠삼(岑參)의 시입니다. 원래 봄에는 잠깐의 졸음 속에서도 천리 길을 오고 갑니다.

‘동방(洞房)’은 ‘깊숙한 방’이라는 뜻으로 쓰이며, 흔히 여인이 거처하는 방을 이르는 말입니다. 한 여인이 간밤에 잠을 자다 이불 속으로 기어드는 봄바람의 기척을 느끼며 문득 멀리 떠나 있는 임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잠을 설칩니다. 여기서 ‘상강(湘江)’은 중국 광서성에서 발원하여 호남성 동정호로 흘러드는 강 이름입니다. 시에서는 그냥 ‘먼 곳’이란 표현으로도 족합니다.

다음 날 낮, 여인은 잠시 꾸는 춘몽에 임이 계신 강남 수천 리를 다녀왔습니다. 꿈에서 깨어나 보니 임과 떨어져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기만 합니다.

꿈속에서는 수천 리도 잠깐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먼 거리입니다.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임에 대한 생각을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