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상태바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1.04.23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이 책은 미국 사회의 기부문화에 대한 내용이다. 미국 사회에서 왜 기부문화가 발달했고 유럽과는 어떤 면이 다른지를 소개한다.

이 책은 처음엔 제목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 읽어본 후엔 오히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다. 착한 돈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되지 않으니까.

나눔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

사실 ‘기부’라는 말은 좋은 뜻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 꺼풀 더 들어가 보면 기부는 불공정을 전제로 발생하는 개념이다. 기부가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불공정과 강자 독식과 독과점 등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시혜’라는 개념의 분배가 기부인 것이다. 결국 기부는 부자들의 선한 의지에만 의존해야 하는 시혜적 행위의 하나일 뿐이다.

유럽은 기부가 적었지만 미국은 기부가 많은 나라이다. 유럽은 기부라는 의존적 선행 대신 국가가 복지의 이름으로 이를 실천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보장하는 것이 많은 나라는 기부가 적고 개인의 능력과 행복에 국가의 개입이 적은 나라는 기부가 많다. 기 소르망은 말한다. “시혜는 사회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고 나눔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미국의 다니엘 벨 교수의 미국 사회의 기부문화에 대한 진단이 흥미롭다. 완벽한 미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각자 하나의 공동체에 소속되어야 하는데 교회나 교구, 절이나 교회당 등이 모두 공동체인 셈이고 기부는 결국 그러한 클럽의 가입비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기 소르망은 기부는 쇼라고도 비판한다. 자선 쇼는 눈에 보이는 소수를 살리고 언론의 찬사를 받을 수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다수의 인생을 외면하게 된다. 빌 게이츠, 빌 클린턴, 앨 고어, 그라민은행의 유누스 총재, 오프라 윈프리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인들도 기 소르망이 비판하는 기부 쇼의 주인공들이다.

기부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기부에 대한 지식인 김규항의 말을 인용해본다.

<사회적 재분배의 방법으로 기부의 가장 큰 결점은 부자의 선의에 맡겨진다는 것이다. 내면 좋고 안 내도 강제할 방법이 없는 방법이 바람직한 사회적 재분배의 방법이 될 순 없다. 긴급하고 특별한 상황에서 기부의 유용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부가 사회적 재분배의 주요한 방법이 되어버리면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기준에서 알량한 수준에 불과한 사회적 재분배를 과장하고 치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적 재분배를 차단하는 할리우드 쇼가 된다. (경향신문 2014.11.3)>

기부에 대한 개념은 그저 부자들의 선행으로 여기며 거기에 감사할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개념의 사회변화를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공정치 않은 사회에서 얻은 부를 선한 마음으로 나누어주는 옹색하고 구차한 기부보다는 공정한 사회에서 기부가 필요 없는 적정한 분배의 사회가 사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이다.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그것은 기부의 돈이 아니라 공평한 돈이다.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기 소르망/문학세계사